[박효진 사모it수다] 몸으로 배우는 ‘사모 역할’

입력 2016-12-02 20:43

하나님은 각각 다른 방식과 방법으로 훈련을 통해 사모를 만들어 가신다. 똑같은 훈련 과정은 없다. 개인의 환경과 성품에 따라 훈련시키신다.

목사들은 신학대학교와 신학대학원을 통해 목회자로 세워지기까지 훈련과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사모의 역할은 목회자 남편과 결혼하면서 시작된다. 어디를 가도 사모의 역할에 대해 가르쳐 주는 곳은 없다. 사모들은 교회 현장에서 몸소 부딪히며 배워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모는 목회자인 남편보다 때로는 더 많이 눈물로 기도하며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초임 사모의 경우에는 처음 만나는 성도들과 새로운 환경, 나이가 지긋하신 권사님과 장로님이 불러주는 ‘사모님’이라는 호칭조차 어색하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혼자되는 것’에 대한 훈련이다.

나도 신학대학원에 다니는 전도사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정든 교회와 친구들을 떠나 남편이 섬기게 된 교회에서 ‘사모’로서의 첫 걸음을 시작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교회 담임목사님은 “교회에서 남편은 내 남편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남편이 없다 생각하고 살아라”고 말씀하셨다. 햇병아리 사모였던 나는 담임목사님 말씀에 왠지 모르는 서운함을 느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목회 현장에서 담임목사님 말씀은 현실이 됐다. 평신도, 혹은 청년으로 신앙생활을 하던 때와 달리 ‘사모’의 위치는 외로움을 인내해야 하는 자리였다.

목회자 남편은 교회와 성도를 먼저 챙겨야 하기 때문에 사모와 함께 앉아 예배드리는 경우가 드물다. 청년부 시절에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예배를 드렸던 것과 달리 예배의 자리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이 매우 어색하고 힘들었다. 대중 속의 고독을 절감했다.

어떤 사모님은 아이들과 함께 ‘자모실’에서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매주 남편 없이 아이들과 예배를 드리러 오는 사모님에게 한 성도가 “혹시 미혼모세요?”라고 물었다는 이야기는 웃음과 함께 씁쓸함을 자아낸다. 또 사모는 ‘혼밥(혼자 먹는 밥)’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교회마다 세워놓은 기준은 다르지만 목회자 가족은 같이 앉아 식사할 여유조차 없다. 어떤 교회는 목회자와 사모가 같이 앉아 밥 먹는 것을 드러내 놓고 금지하기도 한다.

한번은 교회에서 성도들의 눈을 피해 남편의 손을 덥석 잡았다가 수석 사모님께 걸려 혼쭐이 나기도 했다. 사모는 이처럼 외로운 자리다. 안타깝게도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우울증에 걸린 사모도 있다. 이럴 땐 사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남편의 역할이 퍽 중요하다. 함께 공감해 줄 수 있는 친구 사모를 사귀고 교제하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다.

너무 외롭고 힘들 때 새벽기도에 나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하나님 왜 나를 사모로 부르셨나요”라며 하소연해보지 않은 사모는 없을 것이다. 사모가 행복해야 남편이 사역의 현장에서 즐겁게 사역할 수 있다. 사모의 행복이 건강한 교회를 향한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이 땅 곳곳에서 다양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사모들이 즐거움을 회복하는 기쁨의 소리가 울려 퍼지기를 소망한다. 박효진 온라인뉴스부 기자 imhere@kmib.co.kr

이 코너는 사모인 박효진 온라인뉴스부 기자가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