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BfV) 요원들이 2주 전 신분을 숨기고 이슬람 극단주의자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이상한 유저를 발견했다. 자기가 독일 스파이라면서 쾰른의 BfV 본부에 잠입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고 떠벌리는 사람이었다. 요원들이 그를 개별 채팅 룸으로 초대해 질문을 던졌더니 BfV에 관한 상세한 정보와 본인의 업무까지 술술 털어놨다. 즉각 신원을 파악한 요원들은 이튿날 그를 체포했다.
그는 BfV 소속의 진짜 스파이였다. 조사 과정에서 그동안 BfV가 까맣게 몰랐던 그의 놀라운 이중생활이 드러났다고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그는 겉으로는 은행에서 일하다 올해 4월 정보기관으로 이직한 아이 넷을 둔 51세 스페인계 독일 남성이다. 그러나 속을 들춰보니 전직 게이 포르노 배우이며 2년 전 가족 몰래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전사에게 충성 맹세한 IS 추종자였다. BfV에 입사한 것도 ‘종교적 형제들’에게 정보 당국의 수사 정보를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그는 2011년까지 게이 포르노 배우로 활동했다. 극단주의 사이트에서 사용한 이름도 배우 시절 가명이었다. 독일 정보 당국은 그의 실명과 가명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이 남성은 2014년 오스트리아 국적의 IS 전사 모하메드 마흐무드와 전화통화를 한 뒤 IS 추종자가 됐다. BfV에 들어와서는 독일 내 이슬람 근본주의 집단 ‘살라피스트’를 비롯한 잠재적 위험인물들을 감시하는 업무를 맡았다. 조용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극단주의 사이트에 BfV 내부 기밀을 올렸고 본부에 대한 폭탄 테러를 계획했다. 감시 주체가 가장 위험한 인물이었던 셈이다.
독일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정보기관 요원으로 채용했는지에 대한 질타가 빗발쳤다. BfV 측은 지난 4월 이 남성을 고용하기 전에 평판 조회를 하는 등 철저히 심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체포 후 심문한 결과 다중인격을 가진 정신질환자로 추정된다고 정보 당국 관계자가 밝혔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獨 정보요원의 이중생활
입력 2016-12-0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