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에 17개 팔리는 ‘빅맥’의 아버지 떠나다

입력 2016-12-01 19:02
맥도날드의 인기 메뉴 ‘빅맥’을 개발한 마이클 제임스 짐 델리가티가 2008년 자신의 90세 생일잔치에서 빅맥 모양의 생일 케이크를 바라보고 있다. 델리가티는 지난 28일 98세로 별세했다. AP뉴시스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팔리는 맥도날드의 간판 메뉴 ‘빅맥(Big Mac)’의 창시자가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마이클 제임스 짐 델리가티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교외의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1일 보도했다.

햄버거의 아이콘이 된 빅맥의 탄생은 순탄치 않았다. 델리가티는 피츠버그 인근 유니언타운에 1957년 첫 매장을 연 뒤 인근에서 맥도날드 매장 여러 개를 운영했다. 당시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버거킹, 빅버거와 경쟁하던 그는 손님들이 더 큰 햄버거를 원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빅맥을 고안했다.

그런데 본사가 반기지 않았다. 당시 맥도날드는 치즈버거, 감자튀김 등 간단한 메뉴에 주력하고 있었는데 일반 햄버거보다 비싼 신제품에 고객이 등을 돌릴까 걱정해서다. 하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본사는 유니언타운의 델리가티 소유 매장 47곳에서 우선 시험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델리가티는 참깨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두 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를 얹은 햄버거를 만들고 ‘발음이 재미있다’는 이유로 빅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빅맥은 67년 4월 22일 45센트짜리 메뉴로 출시돼 ‘대박’을 터뜨렸다. 맥도날드 본사는 이듬해 빅맥을 전 가맹점 공식 메뉴로 지정했다. 빅맥은 69년까지 맥도날드 총 매출의 19%를 차지했고, 오늘날 미국에서만 연간 5억5000만개, 초당 17개가 팔리는 대표 메뉴로 자리잡았다. 현재 미국 빅맥 가격은 출시 당시보다 9배 가까이 비싼 3.99달러(약 4600원)다.

86년에는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각국의 빅맥 가격을 기준으로 물가 수준과 통화가치를 보여주는 ‘빅맥 지수’를 만들고 ‘버거노믹스(Burgernomics·버거경제학)’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델리가티는 이후에도 야근하고 아침에 귀가하는 철강 노동자들을 겨냥해 ‘핫케이크와 소시지’라는 아침 메뉴를 개발했고 이 역시 맥도날드 정식 메뉴로 인정받았다.

그는 본사 도움으로 2007년 펜실베이니아주 노스헌팅턴에 4.26m 크기의 빅맥 조각상이 있는 ‘빅맥 박물관 레스토랑’을 열기도 했다.

빅맥은 흥행했지만 델리가티에게 돌아온 로열티는 한 푼도 없었다. 맥도날드로부터 명패만 받았다. 아들 마이클은 “아버지는 수십년간 1주일에 한 번 이상 빅맥을 드셨다”고 AP통신에 전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