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온, 정보 어두운 탈북민 위한 소통의 장”

입력 2016-12-01 21:17 수정 2016-12-02 10:51
박대현 우리온 대표(왼쪽)와 유진범 목사가 29일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 CBS 건물 내에 있는 우리온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2006년 탈북한 박대현(25·온누리교회) 우리온 대표는 지난해 충격적인 언론 보도를 접했다. 탈북민 5명 중 1명이 남한사회 정착의 어려움과 외로움 등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내용이었다. 컴퓨터에 능숙한 박 대표는 평소 장학금과 취업 등 각종 정보를 쉽게 접했지만, 다른 탈북민들은 정보를 알지 못해 무료진료 등 사소한 혜택도 받지 못한다는 게 안타까웠다.

박 대표는 탈북민 여자친구인 박수향(25·서울 물댄동산교회)씨에게 탈북민을 위한 정보 커뮤니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8월 탈북민 정보 커뮤니티 ‘우리온’(woorion.net)은 그렇게 시작됐다. 박 대표와 친분이 있던 유진범(37) 서울 주는교회 목사가 지난해 11월 예배를 함께 드린 뒤부터 운영진에 합류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 CBS 건물 내에 있는 우리온 사무실에서 지난 29일 우리온 운영진 3명을 만났다.

박 대표는 탈북민이 휴대폰을 통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카카오스토리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적극 활용했다. 카카오스토리에 취업 교육 장학금 등에 대한 정보를 한 달 평균 50개 이상 올렸다. 회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유익한 정보를 알려줘서 고맙다는 댓글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달렸다. 이후 정보 공유는 페이스북에서도 이어졌다. 1년 만에 우리온 소식을 구독하는 회원을 카카오스토리 2800명, 페이스북 2700여명 등 5500여명이나 확보했다.

우리온의 인기가 많은 것은 설문조사를 통해 사용자의 실질적 필요를 철저히 파악하기 때문이다. 운영진은 사용자가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문의사항이 생기면 직접 상담도 한다. 우리온 사용자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자발적인 무료 나눔도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탈북민들이 우리온에 기부한 생활용품이 150가정에 전달됐다. 혈혈단신으로 탈북한 한 50대 중반의 여성은 우리온을 통해 아들 또래인 20대 청년들에게 손수 만든 반찬을 수차례 전달했다.

유 목사는 “남한에서 자본주의를 처음 경험한 탈북민들이 우리온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것을 지켜볼 때 가장 보람된다”고 말했다.

우리온은 최근 진로 정보통신 법률 대인관계 등 10개 분야의 전문가와 연결시켜 도움을 얻도록 지원하는 멘토링 서비스도 시작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탈북민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다. 박 대표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온라인과 SNS 등으로 탈북민의 고민을 들어주고 친구가 돼준다면 이들이 외로움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며 하나가 되는 ‘남북청년 토크’와 ‘네트워크 파티’, 생활에 필요한 내용을 알려주는 ‘징검다리 아카데미’ 등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온은 정회원 30여명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재정에 대한 걱정보다 탈북민과 함께한다는 즐거움이 더 커 보였다. 박수향씨는 “우리온을 도와주고 함께하는 분들 대다수가 크리스천”이라며 “하나님이 이분들에게 탈북민에 대한 마음을 주셨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저 역시 우리온의 일을 하면서 하나님과 더욱 친밀해지는 것을 매순간 느낀다”고 고백했다.

박 대표는 “회원들이 보내온 감사 메시지를 읽어보면 저의 젊음과 열정을 투자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생긴다”며 “탈북민으로서 탈북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기도에 하나님께서 응답해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목사는 “탈북민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탈북민 1만명이 우리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