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농촌에”… 시진핑의 ‘新하방’ 운동

입력 2016-12-01 18:26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신화뉴시스

중국이 시진핑식 ‘신하방(下放)’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1966∼76년) 시기 ‘노동을 통해 학습하라’며 지식인들을 농촌으로 하방시켰다. 특히 홍위병의 무질서와 폭력행위를 통제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청년 1700만명 이상을 농촌 오지로 강제 이주시켰다. 과거의 하방이 정치적 목적 때문에 강제한 것이었다면 시진핑식 하방은 도시 실업률 해소와 농촌 현대화라는 경제문제 때문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지난 29일 ‘귀향 인원의 창업·창신을 지지하고 농촌의 1·2·3차 산업 융합발전에 관한 의견’을 공포했다. 중국 정부는 ‘의견’을 통해 농민공(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중국 노동자)과 고교 및 대학 졸업자, 퇴역 군인, 과학기술 인력의 귀향을 권유했다. 또 창업을 강조하며 생산비 절감을 위한 규모의 농업, 농산품가공업, 휴한농업(休閑農業), 농촌 관광 등을 제안했다. 지방 정부에는 귀향자들에게 정착 절차를 간소화하는 ‘녹색통로’를 제공하고,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하도록 지시했다.

주리자 중국국가행정학원 교수는 “중국 정부가 농촌에 내려가 일을 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신중국 건설 이후 인구 이동은 농촌에서 도시라는 한 방향만 존재했다. 지난해 말 기준 13억7000만명의 인구 가운데 도시 거주 비율은 56%에 이른다.

도시 인구를 농촌으로 유도하는 것은 경기 둔화에 따른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철강과 석탄 등 과잉생산 부문의 해소를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간 철강·석탄업계에서만 180만명이 감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관 산업까지 감안하면 300만명까지 늘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1000억 위안(약 17조원) 규모의 펀드를 마련해 구조조정 대상자들의 재취업과 기술 교육을 돕겠다고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년 실업률도 치솟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2010년 9.3%에서 2014년 10.6%까지 증가했고 올해에는 13%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매년 700만명 이상의 대학 졸업생이 배출되면서 고학력 일자리 부족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리커창 총리는 ‘대중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革新)’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민간 주도 창업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청년 실업률 해소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도시 실업 인구의 농촌 이동 장려라는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과연 중국의 청년과 농민공들이 농촌으로 내려가려고 하겠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아무리 도시가 힘들다고 하지만 일자리는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농촌보다 도시가 많다. 교육이나 의료 등 혜택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중국 산업관계학원 왕장쑹 교수는 “아무래도 새로운 ‘의견’은 서류로만 남아 있고 실행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