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창-방패로 맞대결… ‘대기업 저격수’ 호흡 맞췄던 박영수-최재경

입력 2016-11-30 21:28 수정 2016-11-30 21:30

“국민주권의 명령에 따르겠다”고 30일 각오를 밝힌 박영수 특별검사는 노무현정부 때인 2005∼2007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냈다. 당시 돌격대장 역할을 했던 중수1과장이 최재경 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검찰 특별수사의 사령탑이었던 옛 중수부에서 2년간 대기업 저격수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이 10년 만에 창과 방패로 맞서게 된 셈이다. 박 특검은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질 특검팀을 이끌고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찔러가고, 최 수석은 대통령 참모로서 법리적 방어선을 구축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박 특검이 이끌던 중수부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분식회계 사건, 외환은행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 및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현대차 비자금 사건, 농협 부지 매각 비리 사건 등 여러 건의 대형 수사를 진행했다. 최 수석은 외환카드·현대차·농협 수사의 주임검사를 맡았었다. 박 특검은 최 수석을 각별히 신뢰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2006년 11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검찰과 법원 간 갈등이 고조됐을 때 검찰 측 공격수로 나서기도 했다. 당시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었다. 최 수석은 박 특검이 물러나고 4년 뒤인 2011년 중수부장 계보를 이어받았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2명의 후보 중 박 특검을 선택한 배경에 과거 두 사람이 수사 콤비로 활동했던 경력이 감안됐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박 특검은 “검찰에서 같이 근무했던 선후배 관계지만 수사에 영향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 수석도 “각자 맡겨진 일을 하는 건데 개인적 인연이 관계가 있겠느냐”고 했다.글=지호일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