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당시 경제팀은 대통령과 토론하며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얘기했었다. 지금 그런 리더십이 있는지 여러분이 판단해 볼 문제다.”(진념 전 재정경제부 장관)
19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극복의 주역이었던 전직 경제관료 4인방이 30일 한자리에 모였다. 강봉균 이규성 이헌재 진념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코리안 미러클4: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어’ 발간보고회에 참석,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 상황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특히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적 혼란에 우려를 나타냈다. 강 전 장관은 “코리안 미러클(한국의 기적)이라는 말을 하기 쑥스러운 느낌마저 든다”며 “정치적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적 불확실성만 제거하면 예전 잠재력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전 장관도 “나라의 권위가 너무 실추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위기 탈출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규성 전 장관은 “현재의 어려움은 단순히 소비·투자 진작과 같은 경기대응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새로운 이념 설정이 필요한 때”라고 주문했다. 강 전 장관은 “이번 사태는 정치 혼란만 극복하면 경제를 선진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전화위복이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조조정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경쟁력을 잃은 분야는 상시 퇴출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보고회에 참석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도 다소 엉거주춤한 상황”이라며 “빨리 나가야 하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진 전 장관은 “하루를 해도 최선을 다하는 게 공직자”라며 “두 사람이 힘을 모아서 하면 더 힘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외환위기 이긴 前경제수장 4인방, 유일호에 “리더십 있나” 쓴소리
입력 2016-11-30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