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국민연금, 손해 인지했다

입력 2016-11-30 18:05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표결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합병 비율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30일 드러났다.

국민연금 정모 팀장은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1차 기관보고에서 “홍 전 본부장이 이 부회장과의 회동에서 합병 비율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여서 합병 성사 시 국민연금이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합병 비율은 이미 결정됐다. 사후에 비율을 바꾸면 제일모직 주주에 대한 배임 문제가 생긴다”며 반대했다고 정 팀장은 전했다. 그는 지난해 7월 7일 열린 이 회동에 배석했다.

정 팀장은 “(국민연금이) 불리한 부분이 있어 수정 요청을 한 것”이라면서도 “3일 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서는 합병 찬성으로 결정이 됐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이 부회장과의 회동 전후인 같은 달 6, 8일 보건복지부와 관련 사항을 협의했으나 합병 비율 변경 요청 건은 보고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책임투자팀이 의결권 행사 관련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것도 이 부회장과의 회동 이후 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책임투자팀은 국민연금 소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이 행사될 때 관련 의견을 제출한다. 이 의견대로 의결권 행사가 추진되는 것이 관례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 10년간 (책임투자팀이) 의견을 밝히지 않은 건은 삼성 합병 건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의견 제출을 하지 않은 것은 책임투자실장이 홍 전 본부장과 상의해 결정했다”며 “이 부회장을 만난 뒤 그렇게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7월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했다. 문제는 1대 0.35로 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었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삼성물산이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유리하도록 합병 가액을 저평가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합병 문제는 표 대결 양상으로 번졌으나 삼성물산의 주식 11.61%를 보유했던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찬성해 최종적으로 합병이 이뤄졌다.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나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지시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동성 고승혁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