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 역사교과서, 중국이 싫어할 내용은 알아서 줄이거나 뺐다

입력 2016-12-01 00:01
‘시민 불복종의 날’ 총파업에 동참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30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 폐기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박근혜정권 퇴진을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구성찬 기자


교육부가 국정 역사 교과서에서 중국과 갈등 소지가 있는 내용을 축소하거나 비판 수위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톤다운’(어조·견해 누그러뜨림)은 동북공정, 간도 등에서 이뤄졌다. 무리한 국정화로 우리 역사를 제대로 담지 못한 ‘사대(事大) 교과서’가 나왔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국민일보는 30일 학계 도움을 받아 국정 역사 교과서와 교학사·미래엔 검정 교과서 등 3권을 비교했다. 교학사는 국정 역사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우편향 서술과 집필진 때문에 논란을 빚었던 책이고, 미래엔은 교육부로부터 오류와 편향 서술이 가장 적다는(2013년 10월 62건 수정 명령) 평가를 받았다.

동북공정 비판 줄고, 이어도 언급 없어

국정 교과서와 교학사·미래엔 교과서는 동북공정을 다룬 분량부터 차이가 난다. 국정 교과서는 289쪽에 절반 남짓 기술돼 있다. 교학사는 353, 357쪽에 걸쳐 비중 있게 다뤘다. 미래엔도 357쪽 전면에서 기술했다. ‘왜곡’이란 표현도 줄었다. 국정 교과서는 “출판물 등에서 한국 고대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한 번 나와 있다. 하지만 교학사에선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는 중국의 역사가 된다. 이러한 역사 왜곡은 논리를 무시” “중국이 국력이 신장된 만큼 역사적 진실 앞에 솔직해져야”라고 했다. 미래엔도 “정부가 직접 나서 역사 왜곡을 주도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동북공정 추진 배경에 대해 교학사와 미래엔은 ‘국가 통일성 강화’라고 설명하면서 “티베트 무력 점령”(교학사) “소수 민족 분리 독립운동 강경 탄압”(미래엔) 등이 연장선에 있다고 했다. 국정 교과서는 이런 표현들이 모두 빠졌다.

이어도와 관련해 교학사는 이어도 해역과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지도로 표시하고 “동북아의 잠재적 위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정 교과서는 이어도를 아예 다루지 않았다.

간도 영유권 주장 삭제

교학사와 미래엔은 간도에 대해 “우리 영토였지만 을사늑약으로 빼앗긴 땅”이란 입장을 견지했다. 학계에선 간도가 우리 고유 영토였는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하지만 국권 피탈 전까진 간도를 고유 영토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기존 교과서는 “청의 협박에도 간도 영유권 강력 주장”(교학사 222쪽) “독도는 한국에 반환됐지만 간도는 중국에 귀속됐다”(미래엔 358쪽)며 외교권 박탈 상태에서 중국에 넘어갔다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국정 교과서는 이런 표현들을 모두 들어냈다. “청은 간도를 만주족 발상지로 여겨 다른 민족의 출입을 금지했지만 조선인들이 넘어갔다.(중략) 일제는 간도에 대한 청의 영유권을 인정했다”며 간도 영유권에 여지를 두지 않았다. “간도 농토의 52%는 한국인 소유”라며 간접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한 교학사나 “(을사늑약 때문에) 현재까지 간도는 중국 영토로 남아 있다”며 여지를 담긴 미래엔과 대비된다.

국정 교과서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 교과서는 정부가 저작권을 갖는다. 교과서 내용은 국가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진다. 검정 교과서처럼 “개별 출판사의 견해”라며 넘어갈 수 있는 ‘외교적 완충 장치’가 없다.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 소장은 “간도의 고유 영토 여부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조선이 간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와중에 일본에 의해 강제로 중국에 넘어간 건 사실이다. 어렵더라도 역사적 사실을 축소 서술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