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대표 전통시장으로 제2부흥기를 꿈꾸던 서문시장이 대형 화재로 점포 600여곳이 전소되고 시설 일부가 붕괴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국민안전처는 서문시장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화재는 30일 오전 2시8분쯤 발생해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인 4지구 상가건물 전체(점포 679곳)를 태웠다.
화재 소식을 접하고 새벽부터 서문시장으로 달려 나온 상인들은 망연자실했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서문시장역) 개통과 야시장 개장 등으로 활기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원인 모를 화재로 시장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전국 3대 장터 중 한 곳으로 꼽힐 만큼 역사가 오래된 서문시장은 전체 면적 9만3000㎡에 1·2·4·5지구와 동산상가, 건해물상가 등 6개 지구에 4600여곳의 점포가 있다. 이곳은 대구 민심의 척도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것을 비롯해 유력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도 화재현장을 찾았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하자 “조건이 까다로워 어려울 수 있는데 만약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어렵다면 특별교부세 지원 등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피해 상인들은 박 장관과 권 시장을 붙잡고 “살려 달라”고 울부짖었다.
상인들은 2005년 서문시장 2지구 상가 화재를 떠올렸다. 당시 2지구 상가에서 큰불이 나 점포 1000여곳이 불탔고 600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일부 상인은 진화가 늦어 피해가 커졌다며 소방 당국을 원망하기도 했다. 화재 발생 후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상인 이모(32)씨는 “건물 밖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일찍 출동해 불을 껐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 당국은 소방헬기 2대, 소방차 97대, 소방인력 870여명을 화재 현장에 투입했다. 의류, 침구류 등 섬유 제품을 취급하는 점포가 많은 4지구 상가는 유독가스와 연기가 심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 당국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화재 진압 과정에서 소방공무원 2명이 경상을 입었다. 오전 8시50분쯤에는 가건물 일부가 무너지기도 했다. 서문시장 4지구 상가는 최대 76억원을 보상받을 수 있는 화재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자원봉사 행렬도 이어졌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은행, 라이온스클럽, 중구 자원봉사센터 등에서 수십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화재 현장을 찾아 현장 근무자들에게 음식 등을 제공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대구 서문시장 11년 만에 또 큰불… “제2 부흥기 꿈 잿더미” 상인들 망연자실
입력 2016-11-30 18:34 수정 2016-11-30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