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투자·건설 뚝 뚝 뚝… 속절없이 가라앉는 한국 경제

입력 2016-11-30 18:38

한국 경제가 끝이 보이지 않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0월에도 산업활동 주요지표들이 일제히 부진했다. 고용시장은 내년에 더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한 고용대책은 낙제나 다름없는 성과를 냈다.

산업생산은 지난 9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4% 줄었다.

갤럭시 노트7 단종의 여파가 컸다. 광공업 생산만 보면 전월보다 1.7% 감소했다. 특히 통신·방송장비 부문에서 무려 -18.1%를 기록했다.

공장이 멈춰서면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월보다 1.3% 포인트 하락한 70.3%에 그쳤다. 7년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8월(70.2%)과 비슷한 수준이다. 10월 기준으로만 봤을 때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69.8% 이후 최저치다.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 대비 0.2% 줄었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고 철도 파업까지 장기화되면서 운수업이 2.0% 감소했다. 최근 주식거래 실적이 줄어든 영향으로 금융·보험(-1.2%)도 마이너스를 찍었다.

주요 투자지표인 설비투자와 건설사 시공실적도 각각 전월보다 0.4%, 0.8% 하락했다. 다만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등 영향으로 5.2% ‘반짝’ 반등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주택건설 급증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향후 진행될 주택건설의 증가세 둔화는 2017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2016년에 비해 0.4∼0.5% 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둘러싼 정국 혼란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이 더 고꾸라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국내 정치상황에 따른 소비·투자 심리 위축 등 추가적인 하방위험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팀이 중심을 잡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자세로 현안을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이날 ‘2016년 노동시장 평가와 2017년 고용 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년 실업률은 외환위기에서 빠져나온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3.9%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조선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이슈가 지속되고,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고용시장의 겨울’이 길어진다는 진단이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실업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노동연구원의 관측이다. 이미 올해만 해도 20대 연령층의 실업률은 1∼10월 기준 10.1%로 200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구조조정 여파로 상용직 임금근로자 증가폭이 둔화된 반면 자영업자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3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5만2000명의 자영업자가 늘었다.

고령 취업자들은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1∼10월 전체 서비스업 취업자가 34만1000명 늘어난 가운데 78%가 55세 이상(26만4000명)이었다. 노동연구원은 “고령층은 주로 단순노무직 등 저임금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고용정책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나왔던 ‘청년·여성 취업연계 강화방안’의 실적이 목표 대비 61%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 올해 3만8100명을 채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지난 10월 현재 실제 채용은 2만3407명에 불과했다. 목표가 1만명 가입인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실적이 3838명으로 파악됐다. 경력단절여성 복귀창출 사업도 당초 계획인 4200명 대비 53%인 2240명 채용에 그쳤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