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국회 국정조사 자료를 통해 밝혔다. 김 전 실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반발할 가능성이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직자들의 집단 사표를 받는 데 관여하고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비호한 의혹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최씨의 비리를 알고도 방기한 혐의다. 두 사람에 대한 검찰 수사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한 두 실세가 최씨 국정농단을 몰랐다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들이 최씨 국정농단에 연루된 정황도 계속 불거졌다. 최씨 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씨 변호인은 최근 “최씨의 지시로 차씨가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 전 실장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이 최씨 측 인물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만난 정황도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장모가 최씨와 함께 골프를 치는 등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가정보원 국장이 최씨 관련 정보를 우 전 수석에게 직보하고, 우 전 수석이 롯데 관련 수사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두 사람의 비호와 방조가 없었다면 최씨의 국정농단은 진작 불거졌거나 제동이 걸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마지못해 우 전 수석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을 압수수색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우 전 수석을 소환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인사나 대기업 총수 등 지위를 가리지 않고 줄줄이 소환하고 칼을 들이민 것과는 한참 달랐다. 그러니 여전히 검찰 내 ‘우병우 사단’이 있다거나 검찰 출신이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검찰이 여론에 밀려 뒤늦게 두 사람에 대한 수사에 나섰지만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30일 야당이 추천한 2명 중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을 특검에 임명했다. 특검은 대통령은 물론 그동안 숱한 의혹이 제기된 두 실세에 대해서도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검찰이 밝혀내지 못한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를 입증하고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규명하는 것도 특검의 몫이다.
[사설] ‘피의자 김기춘·우병우’ 늦었지만 엄벌해야
입력 2016-11-30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