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창단 후 처음으로 오른 코파 수다메리카나(남미 클럽 대항전) 결승이었다. 그들은 원정 1차전을 떠나기 전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비행기에 오른 뒤에도 흥분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환하게 웃으며 셀카를 찍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대회 준결승 2차전에서 0대 0으로 비겨 원정 다득점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한 뒤 카이오 주니어(51) 샤페코엔시 감독은 SNS에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만약 오늘 내가 죽는다면, 행복하게 죽을 수 있을 것 같다(If I died today, I'd die happy)”. 그의 말은 슬픈 현실이 됐다.
샤페코엔시 공격수 치아구 다 로차 비에이라 아우베스는 지난주 자신이 아빠가 된다는 소식을 전해 주면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는 마치 아이를 안아 팔을 양 옆으로 흔드는 포즈를 취했다. 그가 기뻐하는 모습은 동료의 SNS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브라질 프로축구 샤페코엔시 선수단이 코파 수다메리카나 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콜롬비아로 가던 중 추락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9일(한국시각)이후 세계 축구계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SNS에는 결승전을 앞둔 선수단의 들뜬 모습이 사진과 글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우베스 부부는 지난 12일 결혼 1주년을 맞았다. 부인은 임신 한 달째였다. 아우베스의 사촌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언제나 젊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에 원하는 것을 이뤄서 기쁘다”며 “그의 어머니는 여전히 그가 살아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며 비통해했다.
샤페코엔시가 만년 약팀에서 올해 신데렐라 같은 성공신화를 쓴 점도 축구팬의 가슴을 아프게하고 있다.
1973년 창단된 샤페코엔시는 2009년까지 브라질 4부 리그에 속했다가 조금씩 승격하면서 2014년 1부 리그에 발을 디뎠다. 1부 리그에서 3년째를 맞은 올해 샤페코엔시는 13승13무11패로 9위를 달리고 있었다. 샤페코엔시는 2년 연속 코파 수다메리카나에 진출했으며 올해는 구단 창단 후 처음으로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코파 수다메리카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남미 챔피언스리그)보다는 위상이 낮지만 유럽의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에 비견되는 남미 클럽 대항전이다.
세계 축구계는 30일 ‘모두가 샤페코엔시’임을 보여줬다. 결승 상대팀인 콜롬비아의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은 추모의 표시로 샤페코엔시를 대회 챔피언으로 남기기 위해 경기 기권을 선언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과 리즈, 헐시티, 뉴캐슬은 2016-2017 EFL(잉글랜드풋볼리그)컵 준결승을 치르기 전 어깨동무를 한 채 묵념을 했다. ‘축구의 성지’ 잉글랜드 웸블리 스타디움은 경기장 위로 샤페코엔시를 상징하는 녹색 조명을 밝혔다.
브라질 리그 축구 선수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다음 시즌 샤페코엔시에 임대 선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 3년 동안 강등에서 제외할 것을 브라질축구협회에 요청했다.
전 세계 각지에서도 추모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브라질 ‘축구황제’ 펠레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브라질 축구가 비탄에 빠졌다. 부디 편히 쉬소서”라는 글을 남겼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는 페이스북에 “사고를 당한 선수들의 가족과 친구들, 서포터스, 구단 관계자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애도를 전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미셰우 테메르 신임 브라질 대통령은 3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상점도 모두 문을 닫았다. 브라질축구협회는 1주일간 모든 축구 경기를 취소했다.
샤페코엔시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성남 FC 소속으로 활약한 실빙요의 친정팀이다. 2016 시즌 전반기에 샤페코엔지 주전 공격수였던 실빙요는 SNS에 “오늘은 가장 슬픈 날”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CNN은 연료 고갈이 추락 원인 중 하나로 관측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비극의 신데렐라팀, 꿈에 그리던 챔프가 되다
입력 2016-11-30 18:46 수정 2016-11-30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