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일하게 발달장애청소년으로 구성된 ‘밀알 첼로 앙상블 날개’를 이끌고 있는 오새란(36) 지휘자 겸 음악 감독은 편견에 도전하는 음악가다.
창단 당시 오디션을 통해 입단한 발달장애청소년 28명 중 90%가 첼로를 배운 경험이 없었다. 오른팔이 너무 굳어 활을 켤 수 없던 아이, 실어증으로 말을 못하는 아이,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아이 등 차이는 있지만 모두들 장애를 갖고 있었다. 사람들은 “과연 연주를 할 수 있을까”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 감독은 악기 관리법부터 연주법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가르쳤다. 개인레슨과 그룹레슨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수백 번의 연습 끝에 악기에서 소리가 나고 화음이 만들어졌다. 아이들의 표정이 변해갔다. 4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개인연주뿐 아니라 앙상블과 오케스트라 연습을 통해 사회성을 키우고 전문연주자와의 협연도 가능해졌다. 날개는 지난달 22일 TJB 대전방송이 주최하는 ‘제9회 전국 장애학생 음악콩쿠르’에서 관현악합주부문 대상(교육부장관상)과 지도자상(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일원로 밀알학교에서 만난 오 감독은 날개가 음악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치료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단원 중 실어증에 걸린 아이가 있었어요. 첼로 연주를 하면서 ‘도 레 미…’로 말문을 열었어요. 이젠 말도 하고 노래도 불러요. 기적이죠. 숫자를 20까지밖에 못 세던 아이도 눈물겨운 연습을 통해 이제 100마디가 넘는 악보를 읽을 수 있어요. 또 운동화 끈을 매는 데 10년이 걸린 아이가 타인과 대화를 주고받고 연주를 하니 장애자녀를 키우며 지치고 상처입은 부모들의 마음도 회복됐습니다.”
그는 현악사중주단 ‘콰르텟 엑스’의 창단멤버(2000∼2009년)로 1000회 이상의 무대 경험을 가진 첼리스트다. 청소년시절 봉사활동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 엔젤챔버앙상블의 지휘를 맡았다. 1년에 100회 이상의 연주를 소화하는 콰르텟 엑스 활동과 병행했다. 그러던 2009년 교통사고로 왼쪽 손목 인대를 다쳐 9년간 활동해온 콰르텟 엑스를 떠났다.
그러나 하나님께선 그에게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2012년 10월 창단된 날개의 지휘자 겸 음악감독을 기쁜 마음으로 맡았다. 그동안의 모든 경험을 이 악단에 쏟아 부었다.
날개는 연 2회의 음악회 및 평가회, 연말 정기연주회, 음악캠프, 첼로스쿨, 초청연주회 등을 소화한다. 그는 그동안 감동적인 순간은 많았지만 지난해 정기연주회에서 아이들이 존 윌리엄스의 슈퍼맨 OST 메인 테마를 멋지게 연주했을 때를 잊지 못한다.
“악보 마디수가 100마디가 넘는 화려하고 어려운 곡이라 개인레슨 교사들은 못할 거라고 고개를 저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슈퍼맨처럼 힘차게 날아올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곡을 연주하길 바랐어요. 5개월 동안 연습한 후 단원들은 비상하기 시작했지요. 어려운 곡을 연주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보였어요. 4분짜리 곡을 7분에 완주했을 때 교사와 부모들이 모두 울었어요.”
그는 지난 1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 2월 유방암 진단을 받고 8월까지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며 6월 밀알콘서트와 11월 정기연주회를 잘 치러냈다. 그 힘은 소명에 대한 순종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원동력이 됐어요. 항암치료를 받고 힘들 때 아이들이 보내준 기도동영상을 보며 용기를 냈어요. 연주회를 무사히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건강관리에 더 신경을 썼어요. 앞으로 저의 계획보다 하나님의 계획대로 살고 싶어요. 하나님이 가라하면 가고 서라하면 설 것입니다. 순종의 삶을 살길 원합니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발달장애청소년들에게 ‘선율의 날개’ 달아주다
입력 2016-12-01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