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눈부신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수명 100세 시대를 앞두게 되었지만, 인구 고령화로 암과 치매 등 난치병의 유병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이를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방사성의약품의 수요도 늘고 있는 추세다.
첨단 의료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방사성의약품은 인체를 구성하는 물질에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 만든다. 현재 임상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포도당 유사체 ‘F-18 FDG’ 방사성의약품을 체내에 주사하면 포도당 섭취가 활발한 암 세포 주변에 방사성의약품이 집중적으로 모여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통해 암의 위치와 크기 등을 진단한다. 또한, ‘구리-64(Cu-64)’ 등과 같은 방사성의약품은 암을 진단하는 동시에 배출되는 방사선으로 암 세포를 파괴하여 암을 치료하기도 한다.
현재 원자력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재단이 방사성의약품 제조사로 등록돼 있다. 원자력병원이 1989년 국내 최초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에 성공했다. 이후 2005년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요오드-124(I-124)’와 2012년 ‘구리-64(Cu-64)’의 대량 생산기술과 생산허가를 취득해 국내 다수기관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지원함으로써 방사성의약품 국산화가 크게 확대됐다.
방사성의약품의 생산기술 향상은 난치성 암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최근 원자력병원은 식도암의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방사성의약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는 암세포와 결합하는 항체 의약품 세툭시맙에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 ‘구리-64(Cu-64)’와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루테튬-177’을 각각 붙인 이른바 ‘컨버전스 방사성의약품’이다. 기존 항체면역치료에 비해 종양의 크기가 61.5% 감소하는 등 종양성장 억제효과가 입증됐다.
기존 방사성의약품에 비해 암세포 결합력은 2배 높이고, 간에 대한 축적률은 낮춘 방사성의약품도 등장했다. 원자력병원이 ‘구리-64(Cu-64)’를 이용해 개발한 이 방사성의약품을 통하여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통한 암 진단율이 높아지게 됐다. 또한 암 외의 염증도 진단할 수 있는 방사성의약품 ‘방사성지르코늄 옥살레이트(Zr-89 oxalate)’는 기존 포도당 유사체 ‘F-18 FDG’ 보다 높은 염증 진단율로 류마티스와 같은 염증성 질환 진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방사면역치료는 차세대 암 치료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원자력병원 혈액암센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유기술로 암세포만 공격하는 항체에 방사성동위원소인 요오드를 결합시킨 방사면역치료제 ‘방사성 요오드-리툭시맙’을 제조해 난치성·재발성 비호지킨림프종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서 기존 치료의 약 3배 이상의 치료효과를 확인했다. 현재는 이를 토대로 신규 임상시험을 기획 중이다.
원자력병원 노우철 원장은 “방사성의약품은 투여량이 적고, 신체 내에서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안전한 약물이므로, 환자들이 방사선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질병의 진단과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없기를 바란다. 앞으로 암 진단 및 치료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한층 끌어올린 다양한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여 암의 조기진단 및 치료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원자력병원 질환 관리, 식도암 진단-치료 방사성의약품 세계 첫 개발
입력 2016-12-04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