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역사를 지닌 국가조찬기도회가 깊은 시름 가운데 놓였습니다.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국가조찬기도회·회장 채의숭 장로)는 내년 3월 2일 서울에서 제49회 국가조찬기도회를 열 계획입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기도회 임원진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3번의 대국민 담화 이후엔 수심이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을 기도회에 초청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게 행사의 핵심인데 대통령 없는 기도회가 될 가능성이 짙어졌기 때문입니다.
국가조찬기도회의 모태는 1966년 3월 당시 조선호텔에서 열린 ‘대통령조찬기도회’입니다. 올해로 꼭 50주년이지만 ‘국가조찬기도회’라는 지금의 명칭이 쓰인 68년부터 공식적인 1회 행사로 시작됩니다.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이듬해(1975년)를 제외하고 지난 3월까지 48차례 연례행사로 이어져오는 동안 대통령이 불참한 적은 2차례 정도에 불과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한차례 있었고, 2004년 초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 여파로 36회 기도회에 불참한 적이 있습니다.
국가조찬기도회 내부에서는 채의숭 신임회장을 중심으로 몇 가지 안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먼저 ‘내년 3월 예정대로 행사를 개최하자’는 건데, 반대 기류가 팽배합니다. 만일 조기 퇴진이나 탄핵 절차가 진행될 경우, 대통령의 행사 참석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4월 사퇴’ 등 퇴진 시기가 기도회 개최 이후로 가시화되더라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많습니다. 대통령도 오지 않는데,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거창한 행사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대통령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조찬기도회 대신 구국기도회로 대체하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현 시국을 감안할 때 오히려 적합한 행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옵니다. 다른 하나는 향후 정치 일정에 따라 선출되는 국가 지도자를 내년 10월쯤 초청해 기도회를 갖는 방안입니다. 하지만 이듬해 3월 제 50회 기도회를 연달아 준비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세부안은 다음 달 8일 신임 회장 취임 이후 확정될 것 같습니다. 채 신임회장은 “매일 기도하면서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중지를 모으는 중”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만시지탄이지만 더 이상 대통령을 떠받드는 ‘용비어천가’ 국가조찬기도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성경의 권위로 국가 지도자를 격려·권면·충고하며 경성(警醒)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봅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미션 톡!] 대통령 불참 예고… 다음 국가조찬기도회 어떻게?
입력 2016-11-30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