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조현병을 성공적으로 치료하려면

입력 2016-12-04 19:42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보건법)이 2017년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존중 되도록 자(타)해 위험성과 입원 치료의 필요성이 동시에 충족될 경우에만 입원이 가능하도록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판단을 내린 기존 정신보건법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제도를 대체함과 동시에 정신질환 환자의 인권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하는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인 보완이 오히려 또 다른 현실적으로 문제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 역시 제기되고 있다. 칼럼을 통해 대표적인 정신질환의 하나인 조현병과 관련해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조현병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기능 이상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이로 인해 환자는 현실 검증력이 손상되고 환청과 망상을 경험하는 등, 평소였다면 하지 않았을 생각이나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도파민을 조절하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질병의 특성 상 현실 검증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본인이 경험하는 것이 정신과적 질환에 의한 증상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적지 않은 수의 환자들은 강제로 입원을 한 상태에서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또한 발병 후 치료받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재발이 잦아질수록 증상이 악화될 뿐만 아니라 기억력, 집중력 등 인지기능도 저하되기 때문에, 조기 치료와 지속적인 치료가 다른 어느 질환보다도 치료에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조현병 발병 초기에 치료에 방해가 되는 장벽을 가능한 낮춰야 하는데, 현재의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균형의 추가 한 쪽으로 좀더 기운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모든 조현병 환자들이 정신이 망가진 채로 사회와 격리되어 지내는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수의 환자들이 직업을 가지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지내고 있는데, 이는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서 그 치료를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반대로 치료시기를 놓친 환자는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잃게 되며, 결국에는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하게 된다. 환자의 곁에서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타의에 의해 입원해서 치료를 시작하는 과정도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는 것이야말로 환자의 삶에 되돌릴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권리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교각살우의 우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퇴원 이후에도 환자들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조현병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는 항정신병약물 중에서 주사제 형태로 개발된 약물들이 있는데, 수 주에서 수개월에 한 번씩 이 주사제를 맞는 것이 환자들의 재발률을 상당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진국은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사용을 위해 여러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데, 일본은 주사제 사용 시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독일은 주사제 처방을 위한 전문의료시설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퇴원 이후 환자를 개별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는 사례관리 프로그램도 더 확대되어야 하며, 환자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 역시 충분히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환자의 입원을 막거나 빨리 퇴원시키는 것은, 통계 결과에는 변화를 줄 수 있겠지만 환자 개인의 삶의 질은 변화시킬 수 없다.

정신보건법에 대한 우려와 의견 대립은 조현병과 같은 정신과 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환자를 진정으로 돕기 위해서는 질병의 특성과 이 병을 앓는 사람들이 처하게 되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우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베풀어줄 수 있는 축복을 온전히 누리게끔 도와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제도적인 도움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점차 줄여나가 치료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을 낮추려는 노력 또한 계속돼야 할 것이다.

정동청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