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계는 여야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일정 협상을 진행하되 결렬될 경우 9일 탄핵 표결에 돌입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바람직한 퇴진 시점으로 내년 4월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6월 조기 대선이 가능해진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내년 4월 대통령 하야, 6월 대선’ 방안을 제시했다. 국가 원로들이 제시한 ‘질서 있는 퇴진’ 일정과 상통한다. 박 대통령 퇴진 일정 협상의 좋은 준거로 참고할 만하다.
야권의 바람대로 탄핵이 가결될 경우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최장 180일 동안 결과를 알 수 없어 대선 후보 경선 등 정치권 일정이 돌아갈 수 없다. 국정 혼란을 넘어 국론 분열도 우려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에도 탄핵 의결 이후 헌재의 기각 결정 때까지 찬반 시위로 몸살을 앓은 적 있다. 헌재가 조기에 결정을 내리더라도 여야는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국민은 국민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여야가 퇴진 일정에 합의할 경우 그에 맞춰 향후 정치 일정을 순차적으로 소화해 나갈 수 있다. 예측 가능한 일정표를 갖는 것은 국정 안정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과 정당 모두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는 ‘4월 하야, 6월 대선’ 방안은 합리적이다. 광장의 열기를 정치적 타협으로 승화시키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정치권에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남짓이다. 시간은 촉박하고 정당과 대선주자별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합의는 결코 쉽지 않다. 어렵다고 시도조차 포기해선 안 된다. 대선 유불리를 제쳐두고 국민을 위한 수습책 마련에만 매진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야3당 대표는 퇴진 일정 협상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는 ‘언제, 어떻게’가 빠진 ‘꼼수’라며 퇴진 일정 문제는 탄핵안 통과 이후에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의 30일 회동에서도 기존 입장만 재확인했다. 야권은 부결돼도 역풍을 새누리당이 맞을 것으로 보고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마디로 오산이다.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새누리당을 넘어 정치권 전체가 공멸할 소지가 있고, 광장의 평화마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야권이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야권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수권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뿐이다. 야권 일각에서 협상을 진행하자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박 대통령의 진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합의 도출은 필요하다. 협상에 실패할 경우 9일 탄핵안을 처리해도 늦지 않다. 국정 혼란을 멈추기 위한 여야의 정치적 대타협이 절실하다.
[사설] ‘4월 퇴진, 6월 대선’ 가능토록 수습안 마련해보라
입력 2016-11-30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