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최근 행태는 어처구니가 없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지난 3년 이상 당·정·청 요직을 차지하며 국정을 운영해 왔다. 박근혜정부의 과오에 분명히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가 이어지자 ‘주군’인 박 대통령에게 ‘명예 퇴진’을 제안하며 스스로는 살길을 모색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이 퇴진을 약속한 마당에 자신들만 살아남겠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지난 2개월 가까이 촛불민심이 달아오르는 동안 친박은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며 국민들의 분노를 더 돋웠다. 당이 분란에 빠지고 정국이 혼란을 거듭해도 대안이나 수습책을 내놓기는커녕 방관하거나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켰다. 그리고 29일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가 발표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 핵심인 조원진 의원은 30일 “만약 박 대통령 탄핵에 들어가면 당(친박) 지도부는 사퇴할 수 없다”며 당초 다음 달 사퇴하겠다던 입장을 바꿨다. 홍문종 의원은 대통령 담화에 반발하는 야당에 대해 “야당으로서는 시쳇말로 약이 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수백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위중한 상황에 이따위 발언이 가당키나 한가. 상식이 있는지 묻고 싶다.
최순실 게이트가 대통령 퇴진으로까지 비화된 것도 따지고 보면 친박이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최순실 사건 관련 증인 채택을 무산시키지 않고 제대로 따졌다면 국민적 분노가 이처럼 거세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친박은 계파 해체를 넘어 일부 인사의 정계은퇴 선언 등 뼈를 깍는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시류를 살펴 생존해보겠다는 잔꾀를 부리다가는 자칫 멸족의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설] 친박 어처구니없다
입력 2016-11-30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