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종하] 트럼프 대북정책을 기회로 삼자

입력 2016-11-30 19:23

현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예단하기란 어렵다. 외교안보 참모진 인선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고 한반도 정세와 북·미관계 전반에 대한 심층 있는 연구와 검토과정을 거치고 나면 트럼프 신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방향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선거 기간 중 트럼프와 그의 외교안보 참모들의 대북발언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미국의 문제로 인식한다는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대북 군사압박·경제제재에서부터 대화·협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옵션 사용이 가능한 다양한 접근을 통해 북한체제의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정도다.

압박·제재, 대화·협력과 같은 서로 상반되는 방향이 모두 가능한, 어찌 보면 다소 불확실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떤 수단을 선택하든지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보다 유연한 대북정책을 수립·집행해 나갈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주는 측면도 있다. 지금처럼 북한의 선택과 행태를 기다리다가 뒤늦게 반응하기에만 급급한 수동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 유도’ ‘통일의 기반조성’을 포함하는 남북관계의 질적 발전을 지향하는 데 초점을 둔 보다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수립·집행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적극적 대북정책 시행을 위해서는 우선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경험을 거울삼아 보다 발전된 대북정책 기조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는 ‘탈이념·실효중심의 대북정책’으로 부를 수 있다. ‘탈이념’은 대통령을 비롯한 안보정책 결정자들의 대북관, 이념적인 선호도를 비롯한 내부 정치적인 요인에 따라 정책수단을 고정시키는 경직성을 극복해야 함을 뜻한다. 압박·제재, 혹은 대화·협력은 남북관계의 상황과 흐름에 따라 우선순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한쪽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수단은 결코 목적과 동일시될 수 없고, 그것 자체를 대체해서도 안 된다. 국가안보에서 최선의 수단은 있어도 유일한 수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효중심’은 대북정책에서 결정사항이나 수단의 선택이 ‘국가안보상의 목적에 실제 기여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뜻한다. 국가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대화·협력, 압박·제재를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향후 남북관계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연계시켜야 할 사안, 그리고 비핵화와 무관하게 진행시켜도 무방한 사안을 명백하게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 여부에 따라 남북한 관계의 전반이 과도하게 이완 혹은 경색되면서 대북정책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다. 북한의 경제재건과 직결될 정도의 대규모 경제지원, 미·북 간 관계개선 수준,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은 마땅히 비핵화의 진정상황과 맞추어 진행해야 한다. 반면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 수익성에 입각한 대북·경제협력 사업, 한국 국민을 직접적인 당사자로 하는 인권문제(예: 납북자, 국군포로, 이산가족 등), 당국 간 신뢰구축 및 대화경로의 유지,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 그리고 재래식 군사력을 대상으로 하는 군비통제 등은 비핵화와 연계되지 않고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두 방안은 남북관계를 우리가 실질적으로 주도해 나가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연계한 대북정책을 수립·집행해 나가는 데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북한을 다루는 데 분명한 원칙을 갖고 접근하겠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림으로써 대북정책의 신뢰성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조치들이다.

김종하(한남대 교수·정치언론국방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