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개헌 논의 블랙홀 경계… 탄핵 ‘强드라이브’

입력 2016-11-30 04:01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한 서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인호 전해철 최고위원, 우 원내대표, 추 대표, 김영주 김병관 최고위원. 최종학 선임기자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2일 탄핵소추안 국회 의결을 목표로 탄핵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움직임이 변수다. 특히 합법적 임기 단축이 가능한 개헌 논의가 촉발될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심판 국면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9일 담화 직후 열린 의총에서 “대통령을 공동정범, 주도적 피의자라고 적시한 30장의 검찰 공소장에 대해 박 대통령은 겨우 718자짜리 짤막한 답변을 내놓았다”며 “이다지도 민심에 어둡고, 국민을 무시할 수 있나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사익을 추구한 바 없다고 단언한 것은 일언지하에 범죄사실을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번 대국민담화를 박 대통령이 스스로 탄핵 사유를 부정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탄핵 일정 연기 제안에 대해 “탄핵은 예정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일축했다. 의총에선 의원들로부터 탄핵 발의 서명도 받았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대통령의 꼼수 정치를 규탄한다. 야3당은 물론 양심적인 새누리당 의원들과 계속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수성의 귀재”라며 “검찰 조사를 받고 즉각 퇴진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날 박 대통령에 대한 단일 탄핵소추안에도 합의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행위와 ‘세월호 7시간’ 의혹 등을 헌법 위반 사유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강제 모금’을 비롯한 제3자 뇌물 혐의 등을 법률위반 행위로 탄핵 사유에 적시했다. 야권은 30일 야3당 대표 회동을 열고 탄핵 발의 시기를 조율한다. 다음달 2일 의결을 위해선 1일 본회의 전까지는 탄핵안이 발의돼야 한다.

개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박 대통령 담화 이후 일제히 개헌 논의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간책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야권은 정치일정상 박 대통령이 무한정 버티긴 쉽지 않다고 본다. 다음달부터 당장 특별검사 수사와 국정조사가 시작된다. 국정농단 주역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된 만큼 청문회 증언 모습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된다. 특검법에 따라 7개월 내 대법원 판결까지 마쳐야 해 내년 9월쯤엔 법원의 최종 판단도 나온다.

야권이 일제히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꼼수라고 비판하고 나섰지만, 고민은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탄핵의 든든한 원군이었던 새누리당 비주류(비박근혜계) 의원들의 대열 이탈이다.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을 위해선 최소 새누리당 의원 28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들이 이탈하면 탄핵은 불가능하다. 만약 탄핵이 부결될 경우 여야는 모두 막대한 정치적 후폭풍을 떠안아야 한다.

야권 내부에서는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과의 탄핵 연대를 위해서라도 다음달 9일 이전까지는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프로그램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야가 박 대통령의 조건부 하야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이를 박 대통령에게 역제안하는 시나리오다. 실제 박 대통령 담화 이후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 핵심인사들과 새누리당 비주류 간에는 합의점 도출을 위한 다양한 의견교환이 이뤄졌다. 야권도 탄핵 국면 이전에 문재인 전 대표 등이 이미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했기 때문에 박 대통령 퇴진 시한에 대한 약속만 있다면 합의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