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주류 결론은 ‘시한부 先 퇴진 로드맵 협상’

입력 2016-11-30 00:14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시국회의 모임 중 전화를 받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서청원 의원. 뉴시스

새누리당 비주류(비상시국회의)는 ‘선(先) 퇴진 로드맵 협상’ ‘후(後) 탄핵 추진’ 입장을 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만큼 최소한 국회에서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당 의원이 대통령 제안을 단칼에 걷어차고 박 대통령 탄핵만을 주장하기는 부담스럽다는 고민이 반영된 결론이다. 다만 무한정 논의가 아니라 탄핵 발의가 예정된 다음달 9일 이전까지로 시한을 못 박았다. 이날까지 합의가 안 되면 야당 주도의 탄핵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 구도상 새누리당 비주류들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야권도 당장 다음달 2일 탄핵안 표결을 추진하려던 일정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비상시국위 소속 황영철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께서 퇴진 입장을 밝힌 점을 매우 무겁게 생각한다”며 “여야 대표가 진지하게 만나 정치권이 정국을 풀 해법에 대한 합의점에 도달하기를 최대한 요청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다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고 해서 탄핵 일정 자체를 연기하거나 거부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12월 2일 탄핵안을 표결하는 건 (합의를 위한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적어도 9일까지는 합의 노력을 해야 하고, 안 되면 탄핵에 동참하겠다”고 설명했다. 여야가 동의하는 퇴진 로드맵이 마련될 수 있도록 일단 기다려주겠다는 뜻이다. 비상시국위 소속 의원들은 의원총회 도중 서로 연락을 취하며 이 같은 입장을 모았다고 한다.

원내 사령탑인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상황 변화가 생긴 만큼 두 야당과 탄핵 절차 진행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주류 의원들의 입장을 확인한 뒤에는 “탄핵 카드를 버리지는 않았다. 야당과 협상하는 기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하다”고 했다.

비주류로서는 박 대통령 제안의 속뜻을 확인하고, 탄핵안 가결을 위한 ‘표 단속’ 시간도 필요하다. 황 의원은 “소수의 입장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비상시국위의 (탄핵 찬성) 입장을 바꿀 만큼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니다”고 했다. 비상시국위는 그동안 탄핵에 찬성하는 소속 의원이 40명가량 되는 것으로 집계했다.

비주류들은 박 대통령 담화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피력했다. 유승민 의원은 “국회에 공을 넘기고 본인 퇴진 일정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이 진정성 있는 담화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여야가 논의를 해보되 안 되면 결국은 탄핵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도 “국회로 모든 문제를 처리해 달라고 한 건 거취 문제 결정에 대한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다”며 “대통령의 3차 담화가 국민의 성난 분노를 제대로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달라진 게 없다. 9일까지 탄핵을 해야 한다”며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새누리당 의원들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했다.

비주류가 그리는 최상의 그림은 국회가 여야 합의로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조기 퇴진 약속, 이후 거국내각 구성과 조기 대선’ 등의 타임 테이블을 제시하고,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것이다. 다만 9일 이전까지 여야가 구체적인 퇴진 시나리오에 합의하기 쉽지 않고, 박 대통령의 수용 여부도 미지수여서 질서 있는 퇴진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의총에서 대응책 결론을 내지 못하고 30일 다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