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주류 “여야 ‘퇴진 로드맵’ 우선” 촉구

입력 2016-11-29 21:24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시국회의 모임 중 전화를 받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서청원 의원. 뉴시스

새누리당 비주류는 박근혜 대통령 조기 퇴진 로드맵 마련을 위한 여야 합의를 우선 촉구했다. 대신 탄핵 전선에는 이상이 없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9일까지 합의가 안 되면 야당 주도의 탄핵에 동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 수습책 구상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박 대통령 퇴진 입장이 나온 만큼 국정 안정을 위한 국회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새누리당 비주류들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야권도 당장 다음달 2일 탄핵안 표결을 추진하려던 일정 손질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비상시국위 소속 황영철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께서 퇴진 입장을 밝힌 점을 매우 무겁게 생각한다”며 “여야 대표가 진지하게 만나 정치권이 정국을 풀 해법에 대한 합의점에 도달하기를 최대한 요청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다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고 해서 탄핵 일정 자체를 연기하거나 거부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어 “12월 2일 탄핵안을 표결하는 건 (합의를 위한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적어도 9일까지는 합의 노력을 해야 하고, 안 되면 탄핵에 동참하겠다”고 설명했다. 여야가 동의하는 퇴진 로드맵이 마련될 수 있도록 일단 기다려주겠다는 뜻이다. 비상시국위 소속 의원들은 의원총회 도중 서로 연락을 취하며 이 같은 입장을 모았다고 한다.

비주류로서는 탄핵안 가결을 위한 ‘표 단속’ 시간도 필요하다. 친박(친박근혜) 중진들의 ‘로드맵 하야’ 권고에 대해 상당수 초·재선 의원들이 동조하고 나서면서 당 일각에서는 비주류 균열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박 대통령 담화 직후 열린 비상시국위 긴급 회동에서 참석자들은 “변수가 너무 많다” “담화문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혼란상도 연출했다고 한다.

다만 황 의원은 “소수의 입장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비상시국위의 (탄핵 찬성) 입장을 바꿀 만큼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비상시국위는 그동안 탄핵에 찬성하는 소속 의원이 40명가량 되는 것으로 집계했다.

비주류들은 박 대통령 담화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유승민 의원은 “국회에 공을 넘기고 본인 퇴진 일정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께서 진정성 있는 담화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여야가 논의를 해보되 안 되면 결국은 탄핵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도 “국회로 모든 문제를 처리해달라고 한 건 거취 문제 결정에 대한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다”며 “대통령의 3차 담화가 국민의 성난 분노를 제대로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은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은 불가능하다. 12월 2일 국회에서 하야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자”며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그때는 탄핵할 수밖에 없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비주류 내부에서는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이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줄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황 의원은 “협상에서 개헌을 통한 조기 퇴진으로 정리될 수 있고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는 만큼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 사령탑인 정진석 원내대표는 “상황 변화가 생긴 만큼 두 야당과 탄핵 절차 진행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다. 다만 “탄핵 카드를 버리지는 않았다”며 “야당과 협상하는 기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하다”고 부연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