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수입업체들이 정부에 제출한 인증서류에서 오류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타사의 차량 성적서를 도용해 제출하는가 하면 인증 받지 않은 시험기관에서 실시한 시험 자료를 그대로 올리는 등 기업윤리를 망각한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환경부는 국내 15개 수입사 전체를 대상으로 인증서류를 조사한 결과 닛산과 BMW, 포르쉐 등 3개 자동차 수입사 10개 차종에서 오류가 발견됐다고 29일 발표했다.
닛산 수입업체는 벤츠 C250의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 시험 결과를 인피니티Q50 인증서류로 둔갑시켰다. 닛산이 환경부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 가스의 대기 배출량이 C250의 독일 원본서류와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닛산은 일본에서 시험한 적이 없는데도 일본 시험실의 성적서를 제출했다.
닛산 캐시카이 서류는 르노사의 자기진단장치 시험 성적서가 둔갑한 것으로 밝혀졌다. 캐시카이는 지난 5월 배출가스 불법 조작으로 적발된 데 이어 이번에도 인증서류 오류가 추가로 확인됐다.
BMW X5M의 인증서류에는 X6M으로 시험한 성적서가 제출됐다. 환경부가 BMW 본사의 차량정보를 확인한 결과 서류에 적힌 차대번호는 X5M이 아닌 X6M이었다. BMW 측은 “두 차종의 배출가스 저감장치와 엔진이 같고 동일 인증번호의 차량이기 때문에 X6M 성적서가 포함된 것”이라며 “청문과정에서 X6M 성적서가 포함된 경위를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환경부에 전달했다. X5M과 X6M은 배출가스 저감장치와 엔진, 배기량과 출력 등은 같으나 차량 후면부의 디자인과 무게가 다르다.
포르쉐는 마칸S디젤 등 3개 차량의 인증서류에 배출가스 시험성적을 일부 바꿨다. 카이맨 GTS는 당시 미인증된 시험실에서 시험했으나 인증 받은 시험실에서 시험한 것처럼 뒤바꿔 제출했다. 환경부는 “이른 시일 안에 차량을 출시하기 위해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포르쉐를 제외한 닛산과 BMW에 청문 실시를 사전 통지했다. 포르쉐는 조사 기간 중 인증서류 오류를 환경부와 검찰에 자진 신고해 제외됐다. 환경부는 청문 절차에서 소명이 되지 않는 수입사에 다음 달 중순 인증을 취소하는 한편 검찰 고발도 검토 중이다. 인증서류 위조 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과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인증이 취소되면 판매 중인 6종의 차량은 판매가 정지된다. 판매된 4000여대의 차량에 대해 최대 65억여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지난 8월 환경부는 폭스바겐이 위조 서류로 불법인증을 받은 32개 차종 80개 모델에 인증취소와 판매정지 처분을 내렸다. 배출가스 성적서를 조작한 차종에 부과된 과징금은 178억원에 달했다.
환경부는 “차량 소유주의 차량 운행이나 중고차 매매에는 어떠한 제한도 없다”며 “인증서류 오류는 고의성 여부를 떠나 법 위반으로 앞으로도 오류 여부를 매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닛산 측은 “이번 일로 고객과 딜러에게 실망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지난 10월 7일 내부적으로 확인된 오류를 공개하고 1개 차종의 판매를 자발적으로 중지했다”고 해명했다. 포르쉐 측은 “판매 중이던 3개 차종을 28일부터 자발적으로 판매 중단했다”며 “안전상 문제는 아니기에 소비자나 딜러의 문의는 아직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타사 차량 성적서 도용까지… 수입차 업계 또 ‘속임수’
입력 2016-11-30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