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2·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한결같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자신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모금 등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선의’에서 시작한 일이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는 ‘특정 개인’의 잘못이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다음달 중순 본격화될 특별검사 수사에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검찰 조사엔 응하지 않고 전국에 생중계되는 담화 자리를 빌려 일방적으로 무고함만 주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29일 담화에서도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은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라고 밝혔다. 또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1998년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해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한 부분은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다”고 하면서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담화 때도 ‘검찰 수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한 의혹 등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박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검찰은 최순실·안종범·정호성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해 피의자로 입건했다. 박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사상누각’ ‘인격살인’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검찰을 강력 비판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평가가 많다. 박 대통령은 실제 참모들로부터 최씨의 각종 비리를 보고받은 뒤 “내 앞에서는 조용히만 있어서 그런 일을 했는지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국민 담화에서 최씨를 ‘가장 힘들었던 시절 곁을 지켜준 사람’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준 사람’ 등으로 표현했다. 최씨가 사실상 가족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인정한 셈이다. 박 대통령이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됐다”고 한 말도 결국은 주변 관리를 못한 책임만 일부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선의로 시작, 사심 없었다… 朴 대국민 담화는 ‘최순실과 선긋기’
입력 2016-11-29 21:27 수정 2016-11-30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