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조건부 사의 시위를 더 부채질할 것”

입력 2016-11-29 21:23 수정 2016-11-30 00:25
박근혜 대통령의 29일 대국민 담화에 대해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 대통령이 국민들의 하야 요구 대신 ‘조건부 사의’를 표명했다”고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이어 “범죄 혐의에 대해 이번에도 강하게 거부함으로써 야당과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외신은 만약에 박 대통령이 사임하게 되면 1960년 이승만 전 대통령 이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중도하차하는 대통령이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측근 비리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된 박 대통령이 국민들한테 또다시 사과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과는 했지만 박 대통령이 자신의 진퇴 결정을 국회로 넘겼다”면서 “이는 스스로는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CNN방송과 AP통신은 “박 대통령의 담화는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는 해석이 많다”면서 “야당들도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전문가를 인용해 “박 대통령의 조건부 사의는 길거리 시위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P는 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영국 BBC방송은 “박 대통령이 ‘가슴이 아프다’고 사과는 하면서도 국민들이 촉구한 하야는 거부했다”면서 “야당은 대통령의 담화를 ‘속임수’로 규정했으며 범죄 혐의를 부인했기에 반성의 자세도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한국 내 상황을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박 대통령의 조건부 사의에 대해 야당들은 국회 내 탄핵파들을 분열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세 번째 사과에서도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의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12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가미 고타로 관방부 부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 사의 표명이 회담에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3국 정상회담은 연내 실시를 위해 조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 대신 한국 정부 고위 관료가 참석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도 “정상회의가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조건부이긴 하지만 사의까지 표명한 박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외교를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