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발표하면서 여야의 개헌론이 시험대에 올랐다. 박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을 최우선 목표로 한목소리를 냈던 야권은 개헌에 대한 입장차가 크다. 새누리당도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자는 친박(친박근혜)계와 탄핵에 찬성하는 비주류 간 갈등이 확산될 전망이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통한 퇴진 제안은 ‘개헌’이라는 표현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개헌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29일 “오늘 담화에는 불찰이 있었다는 정도만 얘기했다”며 “대통령의 생각은 임기 단축과 개헌이 포함된 것인데 이는 과오에 따른 임기 단축이 아니라 개헌을 통해 임기 단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파가 많다. 분당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은 일단 개헌을 통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고 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비주류도 개헌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당 역시 개헌을 요구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 국회 개헌추진 의원 모임 회원도 200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원외 인사들도 개헌 세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야권은 기존 방침대로 탄핵안 의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개헌론이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야권 내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다.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일정이 당겨지면 당겨질수록 유리한 위치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선거제도 개편 없는 개헌은 실효성이 떨어지며, 당장은 개헌이 아닌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안희정 충남지사와 민주당 김부겸 의원 등은 국민적 의사를 확인할 경우 개헌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비주류들은 ‘선(先) 조기 퇴진, 후(後) 개헌’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지금 개헌이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탄핵 국면에 개헌 얘기를 섞어서 얘기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이종선 기자
與·野 ‘개헌론 시험대’… 잠룡들 셈법은 제각각
입력 2016-11-3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