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2일 탄핵소추안 국회 의결을 목표로 탄핵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움직임이 변수다.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되면 새누리당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을 것이란 우려 탓에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 있어서다. 특히 합법적 임기 단축이 가능한 개헌 논의가 촉발될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심판 국면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9일 담화 직후 열린 의총에서 “박 대통령이 이다지도 민심에 어둡고, 국민을 무시할 수 있나 하는 느낌이 든다”며 “대통령을 공동정범, 주도적 피의자라고 적시한 30장의 검찰 공소장에 대해 박 대통령은 겨우 718자짜리 짤막한 답변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익을 추구한 바 없다고 단언한 것은 일언지하에 범죄사실을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 발언이 박 대통령이 스스로 탄핵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추 대표는 “국민은 세 번째 담화를 보고 이제 더 이상 대통령을 1초, 1각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탄핵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탄핵 일정 연기 제안에 대해 “예정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일축했다. 의총에선 의원들로부터 탄핵 발의 서명도 받았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대통령의 꼼수 정치를 규탄하며 야3당은 물론 양심적인 새누리당 의원들과 계속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수성의 귀재다.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잘못이 없다고 항변했다”면서 “검찰 조사를 받고 즉각퇴진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단일 탄핵소추안에도 합의했다. 최순실씨 및 기타 부역자의 국정농단 행위와 ‘세월호 7시간’ 의혹 등을 헌법 위배 사유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강제 모금’ 등 제3자 뇌물 혐의 등을 법률위반 행위로 탄핵 사유에 적시했다. 야권은 30일 야3당 대표 회동을 열고 탄핵 발의 시기를 조율한다. 다음달 2일 의결을 위해선 1일 본회의 전까지는 탄핵안이 발의돼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 비주류(비박근혜계) 의원들이 탄핵 대열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문제다.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을 위해선 최소 새누리당 의원 28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들이 이탈할 경우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국회 합의 일정과 법 절차에 따른 퇴진’ 방식은 탄핵과 개헌뿐이다. 하지만 개헌 논의에 대해선 야권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회 합의를 통한 방식으로는 국회의 하야촉구결의안이 거론된다. 다만 실효성엔 물음표가 찍혀 있다. 야권 관계자는 “결의안도 국회 합의 과정이지만 대통령이 언급한 법 절차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야권은 정치일정상 박 대통령이 버티긴 쉽지 않다고 본다. 다음달부터 당장 특별검사 수사와 국정조사가 시작된다. 최씨 등 국정농단 주역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된 만큼 청문회 증언 모습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될 전망이다. 법원은 특검법에 따라 7개월 내 대법원 판결까지 마쳐야 해 내년 9월쯤엔 법원의 최종 판단도 나오게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어떻게든 버티려 하면 할수록 국민적 공분만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강준구 고승혁 기자 eyes@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野 “범죄 부정한 것”… 탄핵 대열 힘 모으기 총력
입력 2016-11-29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