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10명 중 최대 6명 ‘노후 빈곤층’ 전락 우려

입력 2016-11-30 00:01
4인 가구 가장 김모씨는 28평(92㎡) 아파트에 살면서 중형차량 쏘나타를 몬다. 소득은 월 366만원. 퇴직 후 예상 월 소득은 50만∼100만원이다. 노후 빈곤이 남의 말이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고소득층이 잘살게 된 건 부모를 잘 만났기 때문이라는 ‘금수저론’에 공감이 간다.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을 꿈꾸지만 국내여행도 겨우 가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영화를 보며 문화생활을 하려 한다.

29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대한민국 중산층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중산층의 생활 모습이다. 30∼50대 중산층 1025명(남성 513명, 여성 512명)을 조사했다.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줄 세운 후 한가운데 있는 가구 중위소득의 50∼150%를 벌면 중산층으로 봤다.

대부분은 꿈꿔왔던 중산층의 생활과 현실에 괴리가 컸다. 10명 중 최대 6명이 노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었다.

중산층이 스스로 생각하는 바람직한 소득은 월평균 511만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월 소득은 366만원에 그쳤다. 43%만 자신들을 중산층이라고 봤고, 57%는 빈곤층이라고 생각했다. 고소득층이 잘살게 된 이유는 ‘부모가 부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중산층이 70%를 넘는 등 계층 이동 불신이 높았다.

중산층이 사는 집 크기는 평균 28.3평이었다. 10명 중 2명은 19평 이하 주택에 산다. 10명 중 4명(42.8%)은 중형(쏘나타급) 이상 차량을 갖고 있었다. 준중형 차량 이하 소유자가 38.2%였고, 19%는 자가용이 없었다.

절반 이상은 “중산층이라면 1년에 한 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다녀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중산층은 4명 중 1명(27.2%)에 불과했다. 국내 여행을 간 사람이 54.7%로 더 많았다. 18%는 여행을 아예 못 갔다. 문화생활로는 영화 관람을 제일 선호했다. 생활비로 월 222만원을 쓰며 알뜰하게 살았다. 식비(95만원) 교육비(57만원) 주거비(48만원) 순으로 지출했다. 생활이 빠듯했지만 절반이 부모님께 평균 월 20만원 정도 용돈을 드렸다. 아예 안 드린다는 사람도 37.5%였다.

노후 생활에선 경고음이 울렸다. 노후 예상 월 소득을 묻자 37.5%가 100만원 미만, 21.4%가 100만∼150만원이라고 답했다. 중산층 10명 중 4∼6명이 스스로 노후 빈곤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 부부 2인 가구의 빈곤층 기준은 월 소득 137만원이다. 노후준비의 시작인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이 46.5%밖에 되지 않았다.

가족사랑은 여전했다. 중산층 대부분이 여전히 혼자 사는 삶(15%)보다 가족과 함께 사는 삶(85%)을 선호했다. 행복이 자기 자신이 아닌 ‘가족에서 온다’는 답변이 51.7%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결혼 자체에 대해서는 26.5%만 꼭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55.5%는 선택이라고 봤다. 10명 중 4명은 통일은 안 되는 게 낫다고 응답하는 등 한국의 미래와 관련한 인식도 눈에 띄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론이 나오지만, 60.2%는 여전히 대통령단임제를 선호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