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29일 3차 대국민 담화에 시민사회는 싸늘한 반응을 보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대통령이 즉각퇴진을 거부한 것”이라며 다음달 3일을 ‘즉각 퇴진의 날’로 정해 토요일 촛불집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국민을 우롱하고 농락한 기만적 대국민 담화”라며 “활활 타오르는 분노한 민심에 또다시 기름을 부었다”고 규탄했다.
참여연대도 “5주 연속 거리로 나온 수백만 국민들의 간절한 촉구와 절박한 호소를 끝까지 외면했다”고 일갈했다. 한국노총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면서도 일정과 방법을 국회에 던진 것은 시간을 끌려는 것이 아닌가”라며 즉각퇴진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30일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하루 총파업에 돌입하고 시민불복종을 선언한다. 이들은 이번 3차 담화가 전 국민을 30일 총파업과 다음달 3일 촛불집회에 참여시키는 촉진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정치총파업은 노동자 대투쟁 시기인 1987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문제될 수는 없으나 어디까지나 법에서 보장된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번 파업은 목적의 정당성이 없는 불법파업”이라며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 노동조합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경영계 지침을 내놨다.
노동계가 29년 만에 정치파업에 나서면서 파업권에 대한 논쟁도 불붙는 모양새다. 정부와 경영계 논리대로 현행법상 정치파업은 불법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을 이유로 한 파업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정리해고나 민영화 반대 파업도 현행법 위반이다.
외국에선 노동자들의 파업권이 넓게 보장된다. 쟁의행위의 목적과 절차 등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정리해고, 민영화 반대 등 경제 이슈와 관련한 정치 파업도 합법으로 간주된다. 법률사무소 새날 김상은 변호사는 “유럽에서는 폭력·파괴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이상 파업을 이유로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형사처벌을 받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경제·사회·정책적 이슈를 두고 파업을 할 수 있다고 한국 정부에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판례집에 따르면 ILO는 “파업권은 단체교섭 체결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노사분쟁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필요하다면 자신의 조합원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사회적 문제에 관한 불만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파업권과는 별개로 보수·진보가 한마음으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시점에서 정치파업 프레임이 불거지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정치파업 때문에 보수진영이 촛불집회 대열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파업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두고 봐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해 김상은 변호사는 “보수집단도 현 정권을 어떻게든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일부 비판하는 세력도 있겠지만 커다란 흐름이 반전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파업을 다각도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률사무소 해우의 김하나 변호사는 “이번 총파업을 정치목적의 파업으로만 규정할 수 없다”며 “국정농단 사태에는 노동개혁법 처리 요구, 재벌의 행태도 포함돼 노동자의 근로조건과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총파업은 시국상황과 연결돼서 나오는 행위”라며 “현 시국은 한국 사회에서 예외적인 상황이란 점을 감안하고 총파업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임주언 오주환 기자 eon@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
“朴 대통령, 국민 호소 외면”… 민주노총, 오늘 정치파업 돌입
입력 2016-11-3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