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외가인 충북 옥천에서 열린 박 대통령의 모친 고 육영수 여사 숭모제가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이에 반발하는 보수단체 간 충돌로 난장판이 됐다.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과 박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을 훼손한 사건도 잇따르는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로 박 대통령 일가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은 육영수 여사 탄생 91주년을 맞아 29일 옥천 관성회관에서 숭모제를 개최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옥천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행사장 앞에 모여 피켓 시위를 하면서 박해모(박근혜를 사랑하는 해병들 모임) 30여명,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100여명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 때문에 해마다 성대하게 열리던 육 여사 숭모제는 반쪽 행사로 조촐하게 치러졌다. 해마다 진행하던 축하공연과 축사 등 대부분의 행사를 생략한 채 육 여사 약력 소개와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 상영, 헌화 등만 조용하게 진행해 30여분 만에 행사가 마무리됐다.
축하 화환도 김관용 경북지사와 남유진 구미시장 등이 보낸 7개만 눈에 띄었다. 외부인사들의 얼굴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행사에는 옥천군이 7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옥천국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해마다 치러진 육영수 숭모제는 박정희-육영수-박근혜로 이어지는 지지자들의 정치적 결집마당이 되어왔다”며 “옥천군이 육영수를 기리고 싶다면 지역의 일하는 여성, 아이 키우는 여성, 소외된 여성을 찾아 지원하는 일에 힘써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보수단체 회원들은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없었다면 이 나라가 발전할 수 없었다”며 “왜 잔치 집에 와서 고춧가루를 뿌리느냐”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들은 시위대의 구호 제창에 맞서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옥천문화원 관계자는 “육 여사의 고향으로 매년 정치적인 환경과 상관없이 숭모제를 개최했지만 올해는 악화된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약식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옥천=글·사진 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육영수 여사 숭모제, 찬·반 대치로 ‘반쪽 행사’
입력 2016-11-29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