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춘추관에서 발표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 정치권이 고민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68년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단축 등 거취를 국회에 맡기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 언급은 국회가 거국중립내각 구성, 조기 대선 일정 등 자신의 퇴진과 관련한 일정을 합의하면 이를 따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 대통령이 ‘법 절차에 따른 퇴진’을 거론한 것은 개헌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 달라는 형식으로 국회에 공을 넘긴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코앞에 다가온 국회의 탄핵 결정을 연기하고, 개헌을 고리로 새누리당 비주류에 대한 설득과 야권의 분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하지만 야권은 박 대통령의 제안을 ‘탄핵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꼼수’라고 비난하면서 탄핵안 의결을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 로드맵이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선 “저로선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이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 왔다”며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 왔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번 사태를 ‘측근 비리’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의 이번 담화는 지난 4일 2차 담화 이후 25일 만에 이뤄졌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맹비난하면서 예정대로 탄핵 절차를 강행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은 하야 언급 없이 국회에 책임을 떠넘겼다”며 “탄핵을 앞둔 교란책이자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대통령이 촛불민심과 탄핵 물결을 잘라버리는 무책임하고 무서운 함정을 국회에 또 넘겼다”고 반발했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다음달 9일까지 여야 협상을 통해 박 대통령 퇴진 일정 합의에 노력하되 합의가 안 되면 이날 야당 주도의 탄핵 표결에 동참하기로 했다.
권지혜 강준구 기자 jhk@kmib.co.kr
“여야 합의하면 물러나겠다”… 국회에 공 넘긴 朴
입력 2016-11-29 17:45 수정 2016-11-29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