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걸림돌은 언어다. 길거리에 경고 표지판이 있어도 무슨 말인지 알 길이 없다. 굳이 뜻을 알아보려면 휴대전화에 더듬더듬 글자를 입력해 인터넷으로 찾아봐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번거롭고 불편했던 일련의 과정이 ‘구글 번역’으로 한번에 해결된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카메라 버튼을 누르면 외국어가 단번에 한국어로 바뀐다. 편리함은 인공지능(AI) 기술에서 비롯됐다.
구글코리아는 29일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공지능 기술로 진화한 ‘구글 포토’와 ‘구글 번역’의 새로운 기능을 소개(사진)했다. 구글은 지난 9월 구글 번역에 신경망 기계번역(GNMT)을 적용했다. 단어나 구 단위에서 이뤄지던 번역을 문장 전체로 확대했다. 번역된 문장은 더 자연스러워지고 정교해졌다. 번역 속도는 기존보다 3∼8배 빨라지고 오류는 최대 85%까지 줄었다. 구글은 최근 한국어를 포함한 8개 언어에 GNMT 기술을 적용했다.
구글 포토는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사진을 분류한다. 원하는 사진을 인물이나 장소, 사물 등 테마별로 검색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태그를 하지 않아도 구글 포토 스스로 사진을 주제에 맞게 구분하는 것이다. 제임스 갤러거 구글 포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두 살짜리 아이에게 고양이를 묘사하면서 ‘이렇게 생겼다’고 알려주는 것과 같은 원리”라면서 “구글 포토에는 방대한 트레이닝 데이터를 사용한 머신러닝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사진을 반사광 없이 디지털 이미지로 스캔하는 ‘포토스캐너(Photoscan)’ 앱에도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됐다. 사진을 카메라로 비추면 4개의 점이 화면에 뜨는데, 이 점들을 따라 카메라를 움직이면 몇 초 안에 디지털 이미지가 완성된다. 사진의 경계선이나 사진 본연의 색깔도 실제와 동일하게 구현된다. 디지털 이미지는 구글 포토와 연동해 클라우드에 무제한으로 저장할 수 있다.
구글은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로 변화하는 시대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미 구글 포토는 지난해 5월 출시된 이후 1년 만에 월 사용자 2억명을 기록했다. 올해로 출시 10년째를 맞는 구글 번역은 전 세계 5억명 이상의 이용자가 매일 1000억회 이상 사용하고 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AI 탑재한 ‘구글 번역·포토’ 똑소리 나네
입력 2016-11-29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