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합의에 따른 퇴진을 선언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각계 원로들의 ‘내년 4월 하야’ 제언,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의원들의 명예퇴진에 대한 즉각 응답 형식이 됐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국민 앞에 나서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연회색 재킷 차림의 박 대통령은 29일 오후 2시30분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 연단에 올랐다. 4분10초 분량의 담화문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차분한 표정이었다.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1차 담화(10월 25일)나 눈물을 글썽이면서 간혹 울먹였던 2차 담화(11월 4일)와 비교하면 표정과 목소리가 한층 밝아졌다.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면서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에 넘긴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만 박 대통령은 “돌이켜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했던 여정은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한다”고 말할 때는 감정이 북받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린다”고 하면서 담화를 시작했다. “백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게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큰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내린다” 등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한광옥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여러 수석 등 참모들은 기자회견장 양쪽에 서서 침통한 표정으로 박 대통령 담화를 지켜봤다. 지난 22일 사의를 표명한 최재경 민정수석의 모습도 보였다.
박 대통령은 담화 발표 후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일부 기자들이 “질문 있습니다”라고 외쳤으나 박 대통령은 “오늘은 무거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다음에 여러 가지 경위에 대해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한 뒤 퇴장했다. 그 사이 기자석에선 “최순실과 공범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몇 개라도 질문을 받아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청와대는 당초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했지만 대통령의 메시지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생략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은 대통령이 정치적 입장 내지는 향후 일정에 대해 언급한 것이고 가까운 시일 내 기자회견 시간을 별도로 갖겠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최순실과 공범 어떻게 생각하나” 기자들 질문에 “다음에…” 자리 떠
입력 2016-11-30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