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회과학원의 리핑(李平·사진) 수량경제·기술경제연구소장이 최근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잠정 예측된 6.5%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관세 증가와 외국인 투자 축소가 악영향의 큰 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초 중국은 2020년까지 경제성장률을 6.5∼7.0% 구간에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5개년 계획 발표 이듬해부터 경제성장률이 목표치를 밑돌 수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번 인터뷰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관으로 베이징 사회과학원에서 이뤄졌다. 아시아 최고 권위의 싱크탱크로 꼽히는 사회과학원은 1977년 설립된 중국 국무부 산하 정책자문·연구기관으로 아시아 1위, 세계 28위 영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사회과학원에서 다루는 중국의 대내외 정책만 300여개에 달한다.
리 소장은 세계화 기류에서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고 최대 45%까지 관세 부담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을 신봉하는 트럼프가 실제로 대중 관세를 늘린다면 무역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대중 무역에서 관세를 45%까지 올린다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4.82%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리 소장은 또 “미국 내에서도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중국이나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기준 미국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7.3%인 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의존도는 18.0%에 달한다.
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루펑(婁峰) 박사는 “지난 30여년간 10%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중국은 이제 투자형에서 혁신형 발전 단계로 넘어왔다”며 “발전 속도를 예전처럼 유지하기 어려운 소비형 사회로 진입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결정으로 최근 한·중 관계는 악화일로에 있다. 리 소장은 “기본적으로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제 발전과 교류에는 좋은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루 박사는 “사드 배치는 동북아 전반에 긴장감을 조성하지만 군사적으로 그만큼의 효과나 유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배치 결정은 생각이 짧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글·사진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트럼프 탓 내년 中 경제성장률 6.5% 밑돌 것”
입력 2016-11-29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