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의 유탄을 맞고 물러나게 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마지막으로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란 말을 남겼다. ‘윗사람이 신의가 없으면 백성이 동요해 이탈하게 된다’는 뜻으로 지난해 7월 9일 그가 장관에 취임할 때 첫 일성으로 던진 말이다.
김 장관은 2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오직 민무신불립의 자세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법무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 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담담하게 준비한 이임사를 읽었지만 굳은 표정을 감추진 못했다. 박근혜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김 장관은 검찰이 최순실(60)씨 등을 기소하면서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정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 21일 사의를 표했다. 청와대는 28일 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그는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사직을 결심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이 올바르고 더 나은 길인지 심사숙고한 끝에 사직하기로 결심했다”며 사임 이유를 전했다.
김 장관은 “힘든 시기 여러분께 무거운 짐을 남겨두고 떠나게 돼 정말 마음이 아프고, 가는 발걸음도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면서도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 지금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고, 오직 국민의 뜻을 소중히 받들어 공정하고 바르게 법 집행을 해 나간다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법무·검찰로 우뚝 설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법무·검찰은 국가 존립의 근간인 법질서 확립을 이뤄낼 막중한 책무가 있음을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려울수록 원칙과 정도를 지키고 각자 맡은 바 임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위정경’(扶危定傾·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이라는 사자성어도 인용했다.
김 장관의 이임식은 마지막 기념 촬영까지 20여분 안팎으로 비교적 짧게 진행됐다. 사진 촬영 후 기자들의 청와대 사임 지시 의혹 등 추가 질문에도 김 장관은 “이임사에서 말씀드렸다”는 말만 반복하며 준비된 차량을 타고 자리를 떴다.
글=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民無信不立”… 김현웅 법무 퇴임의 변
입력 2016-11-29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