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교과서 사진 편집도 ‘右클릭’

입력 2016-11-30 00:38 수정 2016-11-30 04:35
국정 역사 교과서(아래 사진)와 현재 검정 교과서에 실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 비교. 검정 교과서에 실린 1960년 5·16 군사 쿠데타 당시의 군복 사진은 국정판에선 빠졌다. 대신 박 전 대통령이 1976년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과 제2고로에 불을 붙이는 사진이 쓰였다. 각 교과서 발췌

교육부가 28일 공개한 국정 역사 교과서가 내용 서술은 물론 사진 편집에서도 편향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교과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진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대표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이 꼽힌다. 국정 역사 교과서에서는 1961년 5·16쿠데타 당시 선글라스에 군복 차림을 한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이 빠졌다. 박정희 소장이 뒷짐진 채 시청 앞 광장에 서 있는 이 사진은 쿠데타에 성공한 군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의 검정교과서 8종 중 5종에는 실려 있다. 국정교과서는 대신 서울 도심에 나타난 탱크 사진을 크게 실었다. 탱크 행렬 주변에 시민들이 나와 있어 군사정변을 지지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박 전 대통령은 76년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과 제2고로에 불을 붙이는 사진에도 등장한다.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보다는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지도자의 모습을 강조한 편집이다. 그 외에도 경부고속도로 개통 당시 사진, 산림녹화사업 전후를 대비한 사진, 주바일 항만건설 사진 등 경제 업적을 강조한 사진 자료가 비중 있게 실렸다.

전두환정권 당시 계엄군의 무장탄압을 축소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민주화 항쟁 관련 시위 사진만 담겼다.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서울역과 전남대 앞에 집결한 시민들의 모습 등이다.

이승만 정권 때인 제주 4·3사건 관련 사진도 찾아볼 수 없다. 제주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 등은 “기존의 검정교과서들은 4·3사건 당시 사진이나 위령탑, 조형물 등을 제시해 참혹했던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며 국정 교과서가 제주 4·3사건을 축소·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도발을 강조하고 남북 간 교류협력을 소홀히 다룬 편집도 눈에 띈다. ‘북핵 위기와 북핵의 대남 도발’ 부분에서는 침몰한 천안함, 포격 당시 연평도, 광명성 4호 발사 장면 등 3장의 사진을 연달아 배치했다. 반면 ‘평화 통일의 노력’ 부분에서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사진 1장만 구석에 실었다. 검정교과서 5종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사진도 빠졌다.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은 “제주 4·3사건이나 5·18민주화항쟁의 경우 비극적인 부분들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밋밋한 사진들만 실었다”며 “이미지 중심의 교육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는 사진 편집에서도 편향성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