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동고분서 초대형 백제 적석총 발굴

입력 2016-11-29 18:32
서울 송파구 석촌동 고분군에서 새롭게 발굴된 백제 초기의 ‘초대형급 적석총’ 항공사진. 소형 적석총이 이어져 거대한 무덤을 이루는 형태로, 10개 이상 적석 단위가 대규모로 연접된 구조를 확인한 건 처음이다. 아래 사진은 각각 이 적석총에서 집중 출토된 백제 토기 및 중국 청자 파편(왼쪽)과 금제 장신구(오른쪽). 한성백제박물관 제공

백제 초기 왕릉이 집중돼 있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 고분군에서 고구려 전성기 무덤인 장군총을 능가하는 초대형급 적석총(돌무지무덤)이 발굴됐다. 문화재청과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은 지금까지 총 5개 고분이 복원된 석촌동 고분군의 1호분과 2호분 사이에서 이 적석총을 찾았다고 29일 밝혔다.

무덤은 전체 1기로 된 게 아니라 사각의 소형 적석총 10개가 이어져 거대한 무덤을 이루는 형태다. 이런 연접분은 마한의 흙무덤, 만주의 고구려 적석총에서 소규모로 확인된 바 있지만, 10개 이상 대규모로 연접된 구조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무덤 규모도 사방 40m가 넘는 크기다. 석촌동 고분군 3호분(50m), 만주의 고구려 전성기 무덤인 장군총(30m)에 비견되는 초대형급으로 추정된다.

축조방식은 외곽에 할석(깬돌)으로 기단을 쌓고, 중심부를 흙으로 다져 올린 후 그 사이에 돌을 채우는 등 돌과 흙을 섞어 사용했다. 고구려 적석총이 돌만으로 이루어진 것과 차이가 난다.

무덤 동남쪽에 위치한 유구(건물의 자취)에서는 토기 항아리, 철제 낫, 기와류, 금귀고리, 유리구슬 등 유물 3000여점이 출토됐다.

이번 조사는 백제 적석총의 구조와 성격, 연대 문제 등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로 제공돼 백제 초기 연구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제 강점기 조사에 따르면 석촌동∼방이동에 이르는 지역에는 300기 넘는 고분군이 존재했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대부분 파괴됐다. 1970∼80년대 발굴 조사가 부분 진행됐으나 졸속으로 이뤄져 학계에 논란만 야기했다. 적석총의 연접 구조는 고구려 고분에서도 보이는 무덤 양식이지만 백제가 사비(부여)로 천도한 이후에는 사라졌다. 초기 백제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라는 점에서 학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성백제박물관 정치영 팀장은 “석촌 고분군은 한성기 백제의 왕릉지구로,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등 도성 유적과 짝을 이루는 중요한 유적”이라며 “678년 백제사의 3분의 2가 한성에서 이뤄졌던 만큼 한성기 백제 유적은 향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