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입력 2016-11-30 04:06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하는 체제 구축에도 속도가 붙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제일 윗자리에 두고 그 밑으로 제조업 계열사와 금융업 계열사를 따로 배치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조금씩 걸음을 옮겨왔다.

지주회사 전환은 난제가 많다. 그 가운데 하나는 금융계열사를 ‘지주회사 우산’ 아래로 모으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걸림돌을 해소하는 게 ‘중간 금융지주회사’ 제도다. 금융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금융지주회사를 일반 지주회사 밑에 두면 ‘삼성물산→중간 금융지주회사(삼성생명)→금융계열사’ 체제가 가능해진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삼성 회장(지분율 20.76%)이다. 이어 삼성물산(19.34%)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7.55%, 특별계정 포함할 경우 7.87%)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연결고리다.

삼성은 삼성생명 밑으로 금융계열사를 모으면서 금융지주회사로의 포석을 깔아왔다.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자회사의 지분을 상장회사의 경우 30% 이상, 비상장회사는 50% 이상 보유하면서 동시에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지난 11일 2900억원을 들여 삼성증권 지분 10.94%를 추가로 사들였다. 삼성의 금융계열사들은 지난해 10월 수천억원씩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했다. 올해 1월에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삼성카드 보유 지분(37.45%)을 사들이기도 했다.

문제는 삼성화재 지분율(14.98%)을 30% 이상 확보하는 부분이다. 삼성화재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30%를 맞추려면 2조원가량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행 보험업법 규정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다.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투자 한도를 총 자산의 3%로 묶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계열사 지분을 취득하는데 더 쓸 수 있는 돈은 3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다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허용하는 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19대 국회에서 법안이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선 발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간 금융지주회사가 되지 못하면 삼성물산의 자회사로 삼성생명을 두는 게 쉽지 않아진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을 삼성전자처럼 인적 분할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단순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신청하는 것이다. 이러면 오너 일가가 삼성생명을 직접 지배하면서 그 밑으로 금융계열사를 두는 모습이 나온다.











글=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