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검토… 조직 개편 카드 꺼내든다

입력 2016-11-29 18:38 수정 2016-11-29 21:04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올해 배당을 지난해보다 30% 늘리는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등 주주가치를 최적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함께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삼성전자 지배구조 변화가 본격화하는 첫걸음으로 풀이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단기간 내에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지주회사를 포함해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검토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전략, 운영, 재무, 법률, 회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해 장기간 검토 과정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외부 전문가에게 자문했으며 검토에 최소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주회사 설립 방법으로는 인적 분할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꼽힌다. 주주의 이익을 높이고,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는 강화할 수 있는 ‘윈-윈’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적 분할은 하나의 회사를 2개로 나누는 형태의 기업 분할이다. 추가적인 재원 투입 없이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어서 ‘지배구조 개편의 마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기업 분할은 분할 이전 회사 주식 1주가 있으면 분할된 기업 주식을 모두 1주씩 갖게 되는 게 특징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25%를 보유하고 있다. 인적 분할을 해서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뉘면 삼성물산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지분을 각각 4.25%씩 보유한다. 실제로 사업을 하는 사업회사 가치가 더 높기 때문에 삼성물산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지분을 맞바꾸면 지주회사 지분을 훨씬 많이 보유하게 된다.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물산-삼성전자 지주회사-삼성전자 사업회사로 이어지는 구조가 된다.

이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삼성물산 지분은 30%가 넘는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도 높아지게 되는 식이다.

엘리엇처럼 주주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쪽에서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분리하면 사업회사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인적 분할을 원한다.

반면 지주회사 아래 사업회사가 종속되는 형태가 되는 물적 분할은 현재 지분 구조에서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검토할 이유가 없는 카드다.

엘리엇은 삼성전자가 인적 분할을 한 뒤 삼성물산과 지주회사가 합병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이상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로선 삼성물산과 지주회사 합병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총 배당 규모를 지난해 3조1000억원보다 30% 늘린 4조원 규모로 확대한다. 올해와 내년 잉여현금 흐름의 50%는 주주 환원에 사용키로 했다. 내년 1분기부터는 분기별 배당도 실시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 이사회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해 기업 지배구조 관련 기능을 강화한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