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민, 목사 5000명 군사훈련 계획했다

입력 2016-11-29 17:47 수정 2016-11-29 23:55

박근혜 대통령이 23세이던 1975년 영애 시절부터 최태민 영세교 교주에 의해 조종당했음을 입증하는 문건이 국민일보에 의해 확인됐다. 문건에는 최씨가 박정희정권과 박 대통령을 이용해 기독교계를 자신의 ‘구국선교단’에 끌어들여 목사들에게 군사훈련까지 받게 한 사실이 담겨 있었다. 또 “멸공에 나서겠다”며 20만명 규모의 ‘구국십자군’을 조직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가 그해 5월 15일자로 작성한 ‘구국선교단 사업계획안’(사진)은 기독교 교역자와 교인, 신학생 등을 포섭해 멸공 강좌와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기독교 인사와의 교류, 기독교연합 합창대, 기독교 교수단 등을 조직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계획안이 작성된 날짜는 최씨가 박 대통령을 직접 대면해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현몽하는 장면을 연출한 직후로, 최씨가 영세교 교주에서 기독교 목사로 둔갑해 박 대통령을 지렛대 삼아 자신의 세력을 확정하려 했음을 잘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구국선교단을 출범시킨 같은 해 4월 29일 이 단체의 명예총재로 취임했으며, 이 사업계획안에 명시된 사업들은 이후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사업계획안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국민일보가 29일 입수한 사업계획안은 총 10쪽 분량으로 ‘목사 5000명을 50번으로 나눠 군사훈련에 동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국선교단은 실제로 목사 100명을 1기 구국십자군으로 선발해 군사훈련을 시켰으며 이후 교계의 반발이 커지자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획안 곳곳에는 ‘멸공’과 ‘반공정신’이 수십번 강조돼 있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당시 반공을 국시로 내건 점을 이용하고, 기독교계 전반이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심한 반감이 있음을 감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멸공복음전도’라는 조악한 개념을 도입해 산업기관 근로자를 대상으로 멸공의식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짠 것으로 드러났다.

74년 8월 15일 어머니 육 여사를 잃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하던 박 대통령은 이 사업계획안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구국선교단은 각종 비리와 스캔들로 고발이 빗발치자 77년 ‘구국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이듬해에는 ‘사단법인 새마음봉사단’으로 재출범했다. 새마음봉사단은 박 대통령이 총재를 맡아 최씨의 딸 최순실씨와 함께 활동하던 단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