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 결정에 따른 퇴진 의사를 밝힌 것은 전직 국회의장 등 원로들과 친박(친박근혜) 중진 의원들의 ‘로드맵 하야’ 권고와 일맥상통한다. ‘강제 퇴진’인 탄핵 대신 질서 있는 자진 사퇴를 선택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고 마지막 명예도 살리라는 고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여권 내부에선 “탄핵만은 피하자”는 친박계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친박계로서는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시켰다는 부담을 덜 수 있고, 안정적 정권 이양을 위한 여야 협상 과정에서 정치적 입지도 모색할 수 있다.
실제 새누리당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은 전날 박 대통령에게 명예퇴진을 권고했다. 당내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소추안 찬성 의견이 강화되자 탄핵을 피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아보자는 뜻에서 질서 있는 퇴진을 요청한 것이다. 친박 핵심들의 요청 이후 재선 의원들도 비슷한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날 초선 의원들 사이에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당내 초선 의원 26명은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탄핵으로 가는 것보다 질서 있는 퇴진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 시기와 방법 등 로드맵은 조율을 통해 대통령이 말씀하시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비주류 정운천 의원도 “대통령이 기간을 정해 확실하게 하야를 표명한다면 그것이 바로 개헌을 통해 국민 탄핵으로 가는 것”이라며 “국정농단, 친인척 비리 등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바로 국민 직접 탄핵”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직 국회의장 등 원로들도 지난 27일 회동을 통해 “박 대통령이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하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탄핵만은 피하자”… 친박 고언 먹혔다?
입력 2016-11-29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