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시위 지지… 국민 목소리 내는 게 민주주의”

입력 2016-11-29 17:16

미국 정부가 5주째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 하야 시위에 대해 “한국민의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국민들이 밖으로 나가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며 그런 게 바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런 언급은 “최순실 사태는 한국인들이 논의할 사안”이라는 기존의 ‘불개입’ 입장에 비해 한층 더 나아간 것이다. 미국이 사실상 박근혜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한국민의 시위에 무게를 실어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존 커비(사진) 미 국무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미국이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평화적인 시위와 집회가 전 세계 어디에서 열리든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 불만이 있으면 국민들은 밖으로 나가서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렇게 목소리를 내는 게 민주주의이고 민주주의가 굴러가는 방식”이라면서 “국민들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고 그런 시위를 통해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커비는 한국의 현 상황에도 불구하고 동맹으로서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은 성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의 시위 상황을 두고 ‘한국 내부문제’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시위 초반에는 백악관이 일면 박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도 내비쳤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한국의 정치적 상황은 한국민들이 논의하고 토론할 문제”라며 “이 자리에서 이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대신 그는 “한·미동맹은 여전히 견고하다”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해 왔고 특히 지난가을 라오스에서 만나 안보 문제에 관해 협의했다”고 두 정상의 공조 관계를 부각시켰다.

국무부의 이날 언급은 박 대통령의 범법 행위가 구체적으로 알려지고 미국 언론들도 일제히 이를 비판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을 대표하는 정론지들이 잇따라 한국의 국정혼란 장기화로 동맹 관계가 약화됨은 물론 북한의 도발도 우려된다면서 박 대통령의 하야 필요성을 지적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향후 미국뿐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다른 주변국들도 박근혜정권을 냉랭하게 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금은 박 대통령이 사실상 외치도 불가능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장 정상 간 외교도 성사되기 어려워졌다. 특히 한국 내 조기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진 형국이어서 설사 그 전에 어떤 외교적 합의를 해도 얼마나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 외교 파트너들이 현 정부와는 ‘현상유지’에 치중하면서 차기 정권이 들어서길 기다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