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납치 후 노예로 팔려간 주인공은 잔인한 인간들 때문에 절망하지만, 자유를 향한 의지를 품고 고군분투하며 버텨낸 후, 12년의 노예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과 눈물로 재회하게 된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하는 영화다. 육체의 산소와 같은 영혼의 자유의지를 스스로 버린 지도자. 고통 중에 처한 그를 파고든 악마의 손길에 의지하여 치유하려 했던 것일까. 대통령 자리를 향한 욕망을 부추기며 다가온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영적 노예가 된 그는 어쩌면 희생자일 수도 있겠다. 어두운 숲에 쌓인 자유의지. 바른 길을 잃은 자신을 헤아리지 못하고 독을 품은 자들과 손잡고 뿌리내린 삶. 여린 몸에 인생의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국내외 왕따가 된 지도자로 반역죄인의 무게를 져야 하는 빛바랜 그 삶이 안쓰럽다.
난세에 영웅 난다고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이때, 조금만 잘해줬어도 앞선 이들과의 비교우위를 점하고 칭송이 따랐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따랐음에도 뒷담화 치는 최씨 일가와 달리, 감동 먹은 전 국민의 환대를 받는 지도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주변에 그를 진정으로 위하는 사람은 정녕 한 사람도 없었던 것 같다. 인사는 만사다. 취임 초, 성큼성큼 걸으며 기분 좋은 미소를 날리는 젊은 오바마의 얼굴에서 풍기던 진취적 생동감이 인상적이었는데, 퇴임을 앞두고 낡은 스웨터처럼 늘어진 그의 얼굴은 나랏일로 고뇌가 얼마나 깊었는지 생생하게 대변하고 있다. 오천만의 대표자가 개인의 영달에 깊은 관심을 두고 범인보다 못한 사고와 행동을 하다니. 최고의 여건을 스스로 파괴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특권의식이 똬리를 튼 채, 악한 영에 끌려 가상의 세계를 꿈꾸며 살았던 것일까. 악의 실체는 드러났으니, 모든 욕망을 내려놓고 지금까지 누린 것에 감사하기 바란다. ‘과욕이 화를 부른다’는 교훈은 언제 어디서나 새겨야 할 진리. 담을 그릇이 못 되고 능력도 없으면서 호시탐탐 자리만 탐하거나, 지도자가 되겠다고 덤비는 사람들은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글=김세원(에세이스트), 삽화=공희정 기자
[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자유의지를 버린 지도자
입력 2016-11-29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