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이요셉(39)씨는 2007년부터 굿네이버스 전문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수차례 굿네이버스 해외 지부를 방문해 아이들과 현지 생활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등 사진을 통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2009년 여름 굿네이버스 차드 지부를 방문한 이후에는 차드의 식수위생사업과 우물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고 설레는 중노동이 바로 사랑하기”라며 10년째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이 작가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케냐 에티오피아 르완다 차드 탄자니아 인도 네팔…. 전문자원봉사자로 굿네이버스의 해외 지부를 여러 곳 방문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역시 차드다. 그는 2009년과 2015년 두 차례 차드를 방문했다.
"피부가 타들어갈 것 같은 더위보다 저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수인성 질병 때문에 아파하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생후 6개월 된 여자아이 유누스 이삭은 제대로 먹지 못해 뼈만 남았지요. 앙상한 팔이라 혈관을 찾지 못해 영양주사를 놔주려 해도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저 고통스러운 눈빛만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사진을 찍으며 많이 울고 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다른 마을에선 오염된 우물조차 없어 강물을 떠 마시며 놀던 아이들을 만났다. 해가 지는 강물에서 해맑게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촬영하며 그는 울음을 참느라 입술을 꽉 깨물었다고 한다.
"하나님께 '우물 하나만 만들고 싶다'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홈페이지에 차드 사진과 우물 이야기를 올렸더니 많은 분이 기부에 동참해 주셨어요. 책 인세와 원고료 등을 보태 2500여만원을 굿네이버스에 전달했지요. 이후로도 깨끗한 물을 선물하고 싶어 차드의 풍경과 현지 아이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그림전을 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올해까지 30개 넘는 우물과 식수펌프를 차드에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2013년 그림전 '아프리카, 당신의 눈물이 우물입니다'를 개최했을 때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다. 페이스북을 통한 홍보전까지 더해 그는 당시 3300여만원을 모금해 기부했다. 그런데 사진과 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가, 알고 보니 '색약'을 안고 있다. 학창시절엔 선 하나를 긋지 못했고, 피부색 하나 제대로 칠하지 못해 평생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며 좌절했다고 한다.
"한계 가득한 존재라는 생각에 절망했지만 저의 작은 재능을 나누면서부터 어느새 사람들과 진심으로 교감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지에서 가족사진을 찍어 선물하거나 아이들과 비눗방울 놀이를 하면서 설렘 가득한 시간을 보냈죠. 그러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피부색을 정확히 찾아낸다거나 선을 정확하게 긋는 기술적인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림 안에 진심을 담으면 다른 사람에게 그 마음이 전달되더라고요."
그래서일까. 그의 나눔에 관한 생각들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나눔은 다른 말로 '사랑하기'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바로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나눔은 퍼 올리고 퍼 올려도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데, 이 성실하고 맑은 샘물은 예수님에게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주님이 주신 감동에 순종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순종과 나눔은 별개가 아닌 거죠."
경기도 성남시 선한목자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이 작가는 "유기성 담임목사님이 날마다 '주님 바라보기'를 강조하신 덕분에 더욱 예수님을 갈망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그가 처음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을 때 마음에 담은 말씀이다. 가장 작은 자 한 명을 찍으면 곧 예수님을 찍는다는 생각으로 아프리카의 아이들, 네팔 지진피해 현장을 담았다.
"지극히 작은 자의 모습을 통해 아프고 슬픈 풍경, 남루하고 후미진 어떤 풍경에서도 주님이 빚으신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전 세계 어려운 이웃을 찾아다니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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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9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