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블리라는 별명이요? 너무 감사하죠. 제가 이런 수식어를 얻고 배우 생활을 하게 될 거라 상상도 못했어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것 같아요. 다만 러블리하지 않은 역할을 했을 때 너무 배신감을 느끼거나 아쉬워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사랑스럽다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배우 공효진(36)에게는 분명 특별한 게 있다. 인형 같은 외모는 아닌데 볼수록 매력적이다. 그의 러블리함은 ‘로코’(로맨틱 코미디)에서 유난히 빛난다. 극 중 두 남자의 사랑을 받은 SBS ‘질투의 화신’에서 역시 그랬다.
브라운관에서 늘 ‘공블리’로 통하는 그이지만 스크린에선 훨씬 도전적이다. ‘미쓰 홍당무’(2008)에선 안면홍조증에 걸린 선생님이었고, ‘러브픽션’(2012)에선 겨드랑이 털을 기르는 당당한 여성이었다. “매 작품마다 조금 더 새로운, 예상치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공효진을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는 또 한 번의 도전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사라진 미스터리한 중국인 보모 한매 역을 맡았다. “여배우들이 겁내하는 역할을 (감독들이) 저한테 먼저 보내시는 것 같아요. ‘이 여자는 과감하니까’ 그러면서요(웃음).”
한매는 성실하고 다정한 보모다. 워킹맘 지선(엄지원)에게 고용돼 그의 어린 딸을 살뜰히 보살핀다. 한편으로는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감추고 있던 비밀들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영화는 스릴러로서의 긴장과 재미를 폭발시킨다.
이번 작품에선 외모부터 많은 변화를 줬다. 촌스러운 의상을 구해 입고 얼굴에 주근깨 수십 개를 찍었다. “드라마에 열광했던 팬들이 보면 적응이 안 되겠죠. ‘이제 표나리(‘질투의 화신’ 속 캐릭터 이름)는 없어’ 하면서 쓸쓸해하는 분들도 계실 테고요(웃음).”
공효진은 “배우가 똑같은 목소리와 똑같은 얼굴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과연 완벽한 변신이라는 게 쉬운 걸까 싶다”면서 “관객들이 인물에게 연민을 느낄 수 있게 했다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로 데뷔한 공효진은 어느덧 18년차 배우가 됐다. ‘파스타’(MBC·2010) ‘최고의 사랑’(MBC·2011) ‘프로듀사’(KBS2·2015) 등을 거쳐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신인 때와 비교해 가장 달라진 건? 작품을 대하는 태도란다.
“과거에는 내 캐릭터만 어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초조하고 불안했죠. 이제는 배우로서 꽤 안정적인 상태에 놓였잖아요. 자연스럽게 작품을 바라보는 방법도 바뀌었어요. 전체를 볼 줄 아는 연기관이 생겼죠.”
쉼 없는 한 해를 보낸 공효진은 “훌쩍 여행을 떠나 한없이 멍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물론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내년 상반기 영화 ‘싱글라이더’ 개봉도 앞두고 있다.
“배우라는 직업은 마법 같아요. 조금만 쉬어도 너무 많이 쉰 것 같고, 다시 연기를 하고 싶어져요. 참 매력적인 일이죠.”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미씽’ 공효진 “이제 표나리 없다 쓸쓸해 마시길” [인터뷰]
입력 2016-11-30 00:01 수정 2016-11-30 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