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중진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건의했다. 마지막 호위무사였던 주류 친박계마저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것을 요청한 것이다.
비주류 의원들의 동참으로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가결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전방위적 퇴진 압박에 내몰리며 기댈 곳이 사라지게 됐다. 박 대통령의 결단은 그 자체로 하야나 탄핵 정국의 변곡점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친박 좌장 격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과 정갑윤 홍문종 유기준 윤상현 조원진 의원 등 중진의원들은 28일 오찬모임을 갖고 박 대통령의 퇴진 문제를 논의했다. 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들이) 많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친박 중진의원들은 이정현 대표에게 이 같은 의견을 알렸고, 이 대표가 이를 청와대에 직접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의원은 모임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것 아니냐”며 “이대로 간다면 국회에서 탄핵될 수밖에 없는데 박 대통령이 본인 명예를 위해서라도 스스로 입장을 표명하는 게 맞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다른 참석자는 “탄핵 정국에 들어가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까지 국정 혼란이 이어지고, 박 대통령은 식물대통령으로 머물 수밖에 없다”며 “탄핵보다 질서 있는 퇴진이 적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정적인 정국 수습을 위한 ‘로드맵’을 정하고 임기를 단축하라는 것이다. 다만 일부 참석자는 박 대통령이 제대로 소명할 기회가 없었던 만큼 당장 퇴진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의 결심 배경에는 전날 전직 국회의장 등 원로 모임 결론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원로 모임은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박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 대표는 “국가 원로의 고견을 바탕으로 당의 어른들도 시국 수습 의견을 낸 것”이라며 “대통령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 최선의 길이 어떤 것인지 의견을 듣고 있으니 참고하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야권은 그러나 탄핵소추안은 그대로 진행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민심은 즉각 하야”라며 “새누리당은 탄핵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친박 중진들, 朴대통령에 명예퇴진 건의
입력 2016-11-28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