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은 문화콘텐츠진흥사업을 일선에서 최종 집행하는 유일한 위탁수행기관이다. 송성각(58·구속 기소)씨는 2014년 8월 차은택(47·구속 기소)씨가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김종덕(59) 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된 데 이어 2014년 12월 23일 진흥원장 자리에 앉았다. 이로써 ‘차은택 사단’은 정책·사업 구상에서 기안, 시행까지 이뤄지는 전 과정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차씨와 송 전 원장과 면담하는 등 전 과정에 깊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과는 청와대-정책 라인으로 머리를 맞댔다. 김 전 실장이 ‘차은택 사단’의 범행을 알고도 돕거나 ‘들러리’를 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송 전 원장이 “부인을 시켜 공모 접수하라”는 지침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복수의 문체부·콘진원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송 전 원장에 대한 콘진원 부임 시도는 2014년 5월부터 있었다. 당시 콘진원 안팎에서 “BH(청와대를 뜻하는 단어) 뜻”이라며 당시 홍상표 콘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압력이 많았다. 이 무렵 송 전 원장은 지인에게 “나, 문체부 장관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하지만 소송 문제 등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차관급인 콘진원장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도 이 같은 문제를 파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송 전 원장이 콘진원장 공모 전 정부로부터 “직접 접수하지 말고 부인 등 다른 사람이 접수하도록 하라”며 “(접수) 사진이 찍히면 안 된다”는 안내도 받았다고 밝혔다.
송 전 원장의 자질 문제도 거론됐다. 이 의원은 “2006년 제일기획 상무로 근무하던 중 ‘일감 몰아주기 및 리베이트 수수’로 사직한 송 전 원장은 이후 차씨가 실소유한 회사로 의심받는 한 회사 대표를 지낸 것 외에 뚜렷한 직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콘진원 내부에서도 차기 원장 공모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서류·면접 성적이 각각 2, 3위였던 송 전 원장이 전격 발탁됐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 원장으로 발탁되는 것을 보고 여러 사람이 의아해했었다”고 말했다.
송 전 원장을 낙점한 것은 문화콘텐츠진흥사업을 컨트롤하기 위한 ‘화룡점정’이었다. 콘진원은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을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정부가 예산을 짜면 콘진원이 문체부를 대리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따라서 차씨 등이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템을 구상해도 콘진원에서 규정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 수행이 곤란하다. 이들이 악착같이 콘진원을 손에 넣으려 했던 이유다. 이후 차씨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문화창조아카데미, 문화창조벤처단지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송 전 원장이 전에 근무하던 회사에 연구과제 내역을 미리 건네준 뒤 ‘동계스포츠 공연 연출을 위한 빙상 경기장 빙판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지원금 45억원)’ 수행업체로 선정시켜준 사실도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송 전 원장 취임 후 예산도 크게 늘었다. 그는 지난 1월 “예산이 40% 증액되고, 인력이 20% 증원된 것은 공공기관 역사상 콘진원이 처음”이라고 자랑했다. 송 전 원장은 2005년 제일기획 제작본부장 시절 CF감독이던 차씨와 인연을 맺었다. 차씨와 함께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나란히 기소됐다.
글= 최승욱 백상진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단독] ‘차은택 사단’ 도왔나, 들러리 섰나… ‘의혹의 김기춘’
입력 2016-11-29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