保-革 진영따라 ‘역사전쟁’

입력 2016-11-28 17:55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면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국정 역사 교과서 현장검토본을 본 이들은 “예상대로”라는 반응이다. 찬반도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해 왔던 측은 우려했던 대로라는 반응이다. 야당도 국정 교과서를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비난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 60여개 교육·시민단체 모임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은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정역사교과서는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효도교과서”라고 규정하며 당장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한상권 상임대표는 “일제식민치하에서도 교과서 검인정제도를 실시했다”며 국정제도로의 전환은 오히려 후진국가로 퇴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식 정책위원장은 “왜 교육부가 1년 동안 집필진을 꽁꽁 숨겼는지 알겠다”며 현대사 집필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대사 집필진 대다수가 역사 비전공자인 데다 뉴라이트 계열 인물”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앞서 열린 교육부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식 부총리가 “독재를 미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독재에 대해 분명히 서술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일침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에는 ‘독재’가 두세 차례 나올 뿐인 데다 ‘장기집권과 대통령의 권력이 집중된 것’이라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47개 역사학회의 연대체인 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박정희 대통령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교과서”로 규정하고 “교과서도 박 대통령과 함께 탄핵받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쿠데타와 독재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뉴라이트 계열 사관이 담겼다.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위해 악마의 편집이 이뤄진 책으로 박정희 위인전이고,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학부모와 학생들도 반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참교육학부모회 박이선 학부모는 “함량미달 교과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 전국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구로고 3학년 이찬진 학생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해석할 권리를 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국정 교과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역사교과서대책범국민운동본부 이희범 사무총장은 “좌우의 교과서가 아닌 절충된 대한민국 교과서를 이번에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도 국정 역사 교과서가 공개되자 입장을 내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더 이상 역사관에 대해 논쟁할 필요도 없다”며 “밀실에서 음습하게 추진해온 국정 역사 교과서를 당장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1년간 학계의 권위자들로 구성된 집필진과 전문가, 현장 교육관들이 참여해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가현 김판 최예슬 권지혜 기자,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