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 교과서 어떤 내용 담겼나… 박정희 정부 치적 9쪽에 걸쳐 상세히 실어

입력 2016-11-29 00:02
교육부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개한 국정 중학교 역사 교과서② 143쪽에 실린 현장검토본의 일부. 박정희 전 대통령 시기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표를 소개하고 박 전 대통령의 포항제철 착공식 참가 및 베트남전 파병 백마부대 환송식 사진을 실었다. 뉴시스


박근혜정부가 논란 끝에 28일 발표한 국정 역사 교과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박정희정부에 대해 긍정적 서술이 늘어난 점이다. 5·16 군사정변으로 집권하고 유신 독재를 폈지만 공산주의의 위협에 놓인 자유 진영의 위기와 북한의 안보위협을 집중 부각했다. 독재 불가피론을 시사하면서 결과적으로 국가가 발전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밖에 북한 정권에 대한 부정적 기술이 강화됐다.

박정희 어떻게 쓰였나

국정 역사 교과서는 박정희정부를 261∼269쪽 아홉 쪽을 할당해 비중 있게 다뤘다. ‘공산주의 위협과 안보 엄중→군사정변·독재→경제·과학기술 고속 성장→고속 성장과 부작용’의 서술 및 편집 흐름을 갖추고 있다.

긍정적인 느낌의 사진이 많이 쓰인 게 특징이다. 5·16 군사정변 직후 박정희 소장이 뒷짐 지고 시청 앞 광장에서 군인들을 지위하는 ‘군사 정변의 주역들’이란 사진이 국정 역사 교과서에선 빠졌다. 점령군 같은 느낌을 주는 사진이지만 5·16 군사정변을 상징하는 사진이어서 대다수 검정 교과서에 실었었다. 대신 경제성장의 성과를 기술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포항제철 용광로에 불을 붙이는 사진을 썼다. 사진 설명에는 “철강 산업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포항 제철은 세계적인 철강 회사로 성장하였다”고 했다. 개통 당시 경부고속도로를 찍은 항공사진, 산림 녹화사업 이전과 이후를 대비한 사진도 눈에 띄게 배치했다.

새마을운동은 반쪽을 할애해서 소개했다. “(새마을운동이) 유신 체제 유지에 이용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란 한 문장 빼고 모두 긍정 서술이다. “농민들 자발적 참여” “새마을운동이 2013년 유네스코 등재”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산림녹화 이룩” 등 표현을 썼다. 그린벨트 정책은 “도시 지역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도시 주변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썼다. 석유파동의 위기를 서술하면서 1·14 경제안정화조치와 중동 건설붐을 활용해 극복했다면서 “(중동 진출로) 우리나라는 1981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건설 수출국이 되었다”고 썼다.

특히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을 대표적 치적으로 강조했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등 대기업 창립자를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으로 소개했다. 267쪽 ‘중화학 공업의 육성’ 단락을 보면 “박정희 대통령은 중화학 공업화 추진을 선언하였다. (중략) 수출이 매년 40%씩 증가했고 이 과정에서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기업 집단이 성장했다. (중략) 이를 토대로 한국 대기업은 미국, 유럽 등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였다”고 썼다.

이 전 회장과 관련해서 “1980년대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여 한국이 정보 산업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라고, 정 전 회장은 “대규모 조선소 건립 자금 마련을 위해 당시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영국 투자은행에 보여준 일화는 유명하다”라며 긍정적으로 소개했다. 독재나 노동탄압과 관련한 부정적인 서술도 담겨 있긴 하다. 노동 탄압과 전태일 열사와 관련해서는 1960년대 청계천 피복 공장 사진과 전태일 열사 사진을 가장 마지막 페이지인 269쪽에 실었다.

대한민국 정통성 강조

국정 역사 교과서는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을 강화했다. 먼저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이라는 점을 좀 더 명확히 기술됐다. 일부 검정 교과서에서 3·8선 부근에서 남북이 무력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는 등 북한의 책임을 희석하는 내용은 전부 빠지고 치밀하게 준비된 불법 기습 남침이라고 썼다. 또한 ‘북한의 3대 세습 독제 체제와 남북한 관계’(고교 한국사 284쪽)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북한의 총생산 규모는 대한민국의 1/40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탈북자와 북한 인권, 이산가족 문제’란 단락에서는 탈북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과 인권 탄압 상황을 설명했다. ‘북핵 위기와 북한의 대남 도발’ 단락에선 북한의 핵 개발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으며, 천안함 도발로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고 썼다. 연평도 포격 도발로 군인과 민간인 피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북한과 대비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각,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명시했다. 종전 검정 교과서에서 쓰인 ‘선거가 가능한 지역에서’ 등 모호한 표현은 빠지고 유엔에서 인정한 유일 합법 정부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1948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이란 표현 대신 ‘북한정권 수립’으로 격하시켰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강화해 가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은 향후 ‘건국절 사관(史觀) 논란’으로 비화돼 ‘역사 전쟁’의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비록 국정 역사 교과서가 “1948년 대한민국이 수립됐지만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방식으로 절충을 시도했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역사학자 다수의 생각이다. 건국 시점을 종전 1919년에서 1948년으로 늦출 경우 친일 반민족 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항일 운동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군 ‘위안부’는 ‘역사돋보기’란 별도 코너로 설명됐다. ‘위안부’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가 일본을 압박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독도 관련해서는 288쪽 전체에 일본의 논리를 반박했다. 일본해가 아닌 동해 표기의 정당성도 광개토대왕릉비 등을 들어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점차 국제사회에서 동해 병기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글=이도경 홍석호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